억약부강(抑弱扶强)의 군사원조: 냉전기 미국의 첨단무기 이전 정책을 중심으로

Abstract

본 논문은 후견-피후견 관계의 군사적 요인이 냉전기 미국이 군사원조 수단을 결정하는 데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냉전기 미국은 후견국의 딜레마를 타개하기 위해 동맹 조약과 무기 이전 정책을 적절히 선택 사용하였다. 그렇다면 이러한 군사원조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친 요인은 무엇인가? 구체적으로 후견-피후견 관계의 군사적 요인들은 이러한 정책결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까? 구체적으로 본 논문은 위 연구 질문과 관련하여 최근 등장한 후견국의 딜레마 이론틀을 검증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한다. 이론틀에 의거하여 후견국-피후견국 간 안보이익의 공통성과 피후견국의 상대적 군사력을 독립 변수로 하는 가설을 설정한 뒤, 통계 분석을 통해 이론틀의 보편성을 확인하였다. 분석 결과, 후견국과 피후견국 사이의 안보이익 공통성이 높을수록, 피후견국이 상대적으로 강할수록 동맹 조약 체결및 첨단무기 이전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안보이익의 공통성 변수에 대해서는 이론틀의 예측과 일치한 결과이지만, 피후견국의 상대적 군사력 변수는 이론틀의 예측과 상반된 상관 관계를 갖는 것이다. 이어서 본 논문은 이론틀의 심층적인 검증과 통계 분석 결과의 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해 한국 단일 사례를 분석하였다. 구체적으로는 닉슨, 카터 행정부 시기 한국의 첨단 전투기 도입 시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한국의 군사력이 점진적 우세를 향하던 카터 행정부 시기에 전투기이전 논의가 더욱 우호적으로 진행된 것이 확인되었다. 이는 통계 분석결과와 유사한 경향성이었으며 이러한 경향성이 나타나게 되는 원인으로 다음 요인들을 추론할 수 있었다. 첫째로 미국이 첨단무기 이전을 통해 군사력 균형의 우위를 장기적으로 지속하고자 한 의도를 찾아볼 수 있었으며, 둘째로 두 시기 한국군의 선제공격에 대한 우려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피후견국의 군사력뿐만 아니라 소련과의 관계가 첨단무기 이전에 있어서 중요한 변수임을 확인하였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첫째, 미국의 동맹 조약 체결 정책은 첨단무기 이전 정책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으나 첨단무기 이전 정책은 동맹 조약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는 미국이 동맹 조약 체결을 가장 높은 수준의 군사원조 수단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미국의 군사원조는 약한 자를 억누르고 강한 자를 도와주는 억약부강(抑弱扶强)의 성격을 가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미국의 군사원조가 시혜적(施惠的) 성격이 아닌 자국 이익에 유용한 피후견국을 돕는 호혜적(互惠的) 접근에 기반하는 것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국제정치의 현실주의적 성격을 확인시키면 서, 동시에 한-미 관계에도 현실적, 정책적 함의를 제공한다. 한국이 지속적인 미국의 동맹 의무(commitment) 이행을 바란다면, 미국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유지해야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자체적인 군사력 증강을 병행해야한다. 다시 말해, 본 논문의 연구 결과가 한국에 주는 함의는 한-미 관계 또한 두 국가 간 이익에 기반한 관계임을 끊임없이 자각하고 과도한 동맹 의존 정책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