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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케인의 극과 잔혹성의 재현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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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이단비

Advisor
봉준수
Major
인문대학 협동과정 공연예술학전공
Issue Date
2018-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Description
학위논문 (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인문대학 협동과정 공연예술학전공, 2018. 8. 봉준수.
Abstract
본 논문은 사라 케인의 텍스트가 제기하는 재현 불가능한 폭력과 잔혹의 지점을 고찰하고, 역으로 재현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케인은 90년대의 작가적 감수성을 대변하는 이른바 도발극의 대표적 작가로 평가되어왔지만, 이러한 시각은 그의 연극세계 뿐만 아니라 무대 위에서 폭력을 구현하는 연극적 방식을 한정시킨다는 점에서 비판점을 제기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우선 영국 연극계에서 케인이 자리매김하고 있는 작가적 위상과 함께 폭력을 구현하는 그의 연극적 방식을 새롭게 살펴보는 것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작가적 위상이라는 측면에서, 케인의 작품에서 발견되는 고전적 감수성은 르네상스시대부터 이어져오는 자코비안 드라마의 연장선상에 케인을 작가로서 위치시키게만든다.연극적 방식에 있어서는90년대의 도발극보다 아르토가 시도한 실험적인 잔혹극의 미학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도발극의 범주와 차별되는 케인만의 독특한 연극 미학을 확인하게 된다.

사실 아르토가 말하는 잔혹과 케인의 폭력은 동일한 발생지점을 공유한다. 아르토의 경우, 치유할 수 없는 의식의 고통이 몸과 정신의 분리에 대한 거부에서 비롯된다. 케인 또한 히폴리투스나, 그레이스와 그레이험의 경우처럼 이러한 분리를 거스르기 위한 여정을 보여준다. 아르토에게 몸과 정신이 분리되는 지점이 잔혹으로 드러났다면, 케인에게는 그것이 폭력으로 형상화된다. 육화된 주체에 대한 두 사람의 시각은 그 연극적 방식에 있어서 각기 다른 독특한 지점들을 보여준다. 이는 아르토가 충만한 현존을, 케인이 경험적 연극을 각각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존에 대한 아르토의 연극적 이상은 데리다의 비판이 제기하듯이, 재현의 한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모순을 드러낸다. 케인의 경우, 그가 강렬하고 경험적인 연극을 추구했음에도 등장인물의 눈이 뽑히고, 사지가 절단되는 극단적 이미지들은 사실상 재현이 불가능하다는 실행상의 한계를 드러낸다.

그러나 케인은 작품을 거듭해가며 사실적 재현에서 상징적 재현으로 폭력을 구현하는 방식을 전환한다. 이러한 극작상의 변화는, 재현 불가능한 폭력과 잔혹을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상징적 재현이란 배우의 몸이 드러내는 현존과 부재의 상호작용을 통한재현을 말하며, 여기서 부재는 은유적, 비유적, 상징적인 연극적 장치들을 의미한다. 상징적 재현은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 더 나아가 이러한 방식을 통해 드러나는 현존과 부재는 상호보완적인 관계 속에서 양안시적 관점을 제공하게 된다. 극단적 폭력이 개입되는 순간에 발현되는 현상과 기호 사이의 진동은 그로테스크를 발생시키며, 케인이 제기하고 있는 폭력이 그로테스크와 연결되는 독특한 지점을 드러낸다.

케인의 희곡은 폭력의 재현이 발생시키는 여러 방법론적인 문제들로 인해, 국내 무대에서 자주 공연되기 어려운 작품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공연 사례 또한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베를린의 샤우뷔네에서 이루어진 세 편의 연출사례는 공통되게 재현 불가능한 폭력의 한계를 상쇄시키는 상징적 재현에 대한 시도들을 보인다. 오스터마이어가 연출한 는 느린 호흡과 잦은 암전의 활용을 통해서 오히려 무대와 객석 사이에 미학적 거리감을 형성시키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폭력이 제기하는 질문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유의 시간을 확보한다. 파울호퍼 연출의 은 몸의 물성이 제공하는 유희적 측면을 강조하는 한편, 폭력의 사용은 축소시킨 채 감정적 폭력에 주력한다. 마지막 의 경우, 연출가 앤드류스는 몸을 가장 잔혹하게 다루는 이 작품에서 도리어 양식화되고 상징적인 장치를 통해서 폭력 안에 내재해 있는 감정적 파장과 시적 서정성을 포착한다.

이 연출 사례들은 모두 사실적 재현의 한계에 묶여 있지 않고 다양한 연극적인 표현들을 활용하면서 폭력 그 자체 혹은 적나라한 폭력의 시각적 재현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파생시키는 감정적 파장에 대한 전염을 시도한다. 이를 통해 케인의 텍스트는 폭력이 드러내는 잔혹의 지점을 지나 오히려 그 너머에 있는 인간적 가치를 발견하게 만든다. 케인의 폭력은 마치 추가 미를 돋보이게 하듯이 그로테스크한 특성을 지니며, 이로써 그만의 독자적 연극 미학을 확인하게 된다.





주요어: 사라 케인, 잔혹, 재현, 현존, 경험적 연극, 앙토냉 아르토, 그로테스크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43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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