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부 유휴 도시공간의 효율적 관리와 활용을 위한 기초연구 - 서울시 중구 다동(茶洞)의 사례를 중심으로 -

Abstract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전국 곳곳이 폐허로 변한다. 이후, 수도 서울은 수복 이후에야 겨우 도시 재건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하여, 70·80년대 활발한 도심부재개발사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도심부(한양도성)의 모든 지구·구역은 사업을 완료하지 못하고, 2016년까지 약 27%가 미시행상태로 남는다. 그렇다면 과연 도시 계획자와 기획자는 그들의 이상적인 도시계획이 이토록 오랫동안 실현되지 못하고, 미시행지구의 노후한 건물과 시행지구의 대형 업무시설이 여전히 공존할 것이라고 예상했을까?

본 연구는 애초 도시 계획자나 기획자가 예상치 못한, 시행지구와 미시행지구 그리고 미완성 기반시설 등이 나란히 공존하는 현재 우리나라의 도시적 상황을 주목하여 바라보았다. 이러한 공존의 상황은 결국, 도시란 그 자체로 다양한 것(사람, 건축, 도로, 길, 프로그램, 기능 등)이 복합적으로 한데 모여 이루는 하나의 군집(群集)으로, 끊임없이 적응·진화·퇴행을 반복하는 것임을 명징하게 보여주는 적절한 사례이며, 이 속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현상과 이에 대한 탐구는 우리나라의 도시가, 더 나은 도시로 적응 및 진화하기 위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존의 상황이 큰 의미가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저성장·저출산·고령화 등의 사회적 변화와 개발 패러다임의 변화로 인해, 시행지구, 미시행지구, 미완성 기반시설 등이 공존하는 현재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현재 서울을 포함한, 지방 중·소규모 도시의 도심부 곳곳에서 기반시설의 완성을 위해 확보한 필지가 재개발 지연에 따라, 본래의 목적대로 사용되지 못하며 지역과 지구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지만, 이에 관한 체계적인 관리와 활용이 이뤄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세계 주요 선진국에서는 장기간 소요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보다는, 기존의 도시적 상황과 환경을 존중하며, 이를 잘 활용하는 방향으로 도시 패러다임이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구체적으로, 본 연구에서는 현재 주로 시행지구와 미시행지구가 만나는 접점부에서 공원, 계획도로, 주차장 등의 본래 목적이 아닌 다른 용도로 활용되거나, 단순히 방치되고 있는 서울시 중구 다동구역의 필지를 주 대상으로 설정하여, 현장조사 및 관찰을 진행하였다. 이는 가장 먼저, 시행·미시행지구 접점부의 미완성 기반시설용 필지 종류를 유형화하고, 이를 토대로 민간에 의해 활발히 활용되는 개별 필지의 구성요소나 활용양태 등,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데이터를 축적·분석하기 위함이다. 결국,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현상(Phenomena)을 반영하는 데이터는 향후,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필지를 대상으로 택티컬 어바니즘(Tactical Urbanism)과 같이 소규모 도시 실험(Urban Experiment)을 계획 및 실행할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에서 다동구역의 시행·미시행지구 접점부의 개별 필지 3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현장조사와 관찰을 통해, 축적한 데이터를 토대로 도출한 고려사항 및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도시 실험을 위한 대상지의 요일 및 시간대별 활용양태에 관한 데이터를 현장관찰을 통해 축적하는 것이다.

둘째,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하여 도시 실험을 통해 활성화할, 공략 요일 및 시간을 정하는 것이다.

셋째, 도시 실험의 목적에 따라 이용대상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존 물리적 구성요소를 최대한 활용하는 등 최소한의 계획을 통해, 최대한의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본 연구는 대상구역을 다동으로 한정 지어 바라보았기 때문에, 다동구역이 주변과의 관계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혹은 다른 구역의 접점부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현상 등은 어떤 것이 있는지 등을 정리·분석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한계가 있다. 또 제한적인 기간의 내용을 연구의 데이터로 활용하였기 때문에, 다양한 날씨나 계절의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 역시 한계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사용한 관찰방법을 통해 축적한 데이터를 토대로 어떤 요소로 구성된 곳이 어떤 결과가 나왔다라는 식의 결과론적 추론은 가능하겠지만, 어떤 요소로 인해,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라는 식의 인과적 추론을 과도하게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나 애초에 본 연구의 목표는 서울의 도심부 곳곳에 모두 적용 가능한 일반해(General Solution)를 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각기 다른 공간과 장소의 상황과 현상에 맞는 특수해(Particular Solution)를 구하기 위해, 조사 및 관찰방법론을 다듬고, 이를 특정구역을 대상으로 적용해보는 데에 무게를 두었다. 이러한 현장조사 및 관찰방법론 혹은 축적한 데이터는 추후 서울 도심부의 유휴 도시공간을 대상으로 택티컬 어바니즘과 같은 소규모 도시 실험을 진행할 경우, 기본지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본 연구는 시행과 미시행지구 공존의 측면에서 서울의 도심부를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을 제시하고, 기존 도시 공간관리범주에 시행·미시행지구 접점부를 포함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또한, 도시와 건축이 정치·사회·문화적인 거시적 맥락과 주변 도시·건축적인 미시적인 관계망 속에서 어떻게 변화 및 적응하는지 이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주는데, 결국 도시란 어떤 일관된 이론을 통해 설명하거나, 계획하는 것이 어려울뿐더러, 어떤 도시도 기획자나 계획자가 의도한 대로 작동하지 않고, 의외의 현상을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