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노출을 통한 부정적 감정의 소통과 해소에 관한 작품제작연구

Abstract

본 논문은 작업에서의 자기 노출(Self-disclosure)을 통한 작가의 부정적 감정의 해소 과정과 작업이 동시대에 살고 있는 감상자와 만나며 만들어내는 내밀한 소통에 대한 연구를 다루고 있다.

오늘도 많은 이들은 누군가에게 하지 못하는 내밀한 이야기들을 꺼내놓기 위해 일기장을 펴고 펜을 집어 든다. 나에게 작업을 하는 일은 이 과정과 유사하다. 작업은 마음속 이야기들이 밖으로 나오는 길이 되며, 현실의 삶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다. 이러한 전개 속에서 나의 사적인 이야기들은 작업이라는 결과물을 통해 공적인 영역에 놓인다.

내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많은 이들과 여과 없이 공유하는 과정 속에서 문제를 타진해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이 과정에서의 문제 공유는 진지함보다는 유머러스한 말하기 방식을 통해 이루어진다. 유머러스한 말하기는 어두움과 절망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가 선택한 중요한 부분이었다. 나의 삶은 늘 나의 유머 섞인 말하기 속에서 우스갯거리처럼 치부되고, 쉽고 가벼운 것으로 묘사되어 왔다. 이런 삶의 희화화는 나의 웃음 속에 깊은 슬픔을 가둬 두게 했고 이는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되었다.

대부분의 작업은 퍼포먼스를 영상으로 촬영해 결과물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비디오라는 매체가 가지는 사후적 성질은 퍼포머와 감상자가 서로를 의식하지 않은 채 각자의 공간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때문에 관객과 직접 마주하고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퍼포먼스와는 차이를 갖는다. 그러면서도, 앞서 촬영된 영상의 러닝 시간을 편집하지 않음으로써 실제 퍼포먼스를 보는 것처럼 퍼포먼스 촬영 시간 동안 생겨나는 어려움과 지루함을 영상에 그대로 담아 보인다.

나는 이러한 일련의 작업을 전개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억압된 감정의 해소로서의 정화작용을 경험하였다. 또한 녹음한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때처럼 자신을 다시 보며 과거의 나를 환기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무언가를 내뱉지 않고 속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나의 목소리를 내 몸이라는 소리 진동체를 통해서만 듣는 것과 같다. 목소리를 녹음해 들어야만 타인이 듣는 내 목소리를 객관적으로 들어 볼 수 있는 것처럼, 작업을 통해 나를 바깥으로 꺼내 놓음으로써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를 다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생각 할 수 있었다.

또한, 이러한 자기 성찰의 과정이 내부로 수렴되는 것뿐만 아니라 외부로도 확장 되어 감상자에게 다양한 생각의 여지를 남길 수 있길 바랐다. 이를 위해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선전 문구를 지니거나 특정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 보다는, 감상자 각자가 자신의 인생을 투사해 볼 수 있는 공간을 작품 안에 남겨두고자 노력했다. 나의 작업이 작가의 사소한 차원으로부터 시작되었지만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여러 개인의 또 다른 경험과 역사와 만나면서 개별적으로 새로운 의미가 만들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주요어 : 자기노출, 감정 정화, 해소, 유머, 비디오, 퍼포먼스, 소통,

새로운 의미 생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