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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노인자살 예방과 가족주의 - 마음가족 프로그램의 사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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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이예은
Advisor
이현정
Major
사회과학대학 인류학과
Issue Date
2018-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 사회과학대학 인류학과, 2018. 8. 이현정.
Abstract
본 논문은 서울시 S구 자살예방센터에서 실시하는 노인자살 예방 프로그램 마음가족의 사례를 통해 현대 한국 사회에서 노인자살 문제를 조명한다. 특히, 노인자살 위기 현황과 예방책을 둘러싸고 나타나는 다양한 제도, 경험, 실천 속 가족주의의 양상에 주목한다. 이를 위해 연구자는 서울시 S구 자살예방센터에서 활동하는 자원봉사자, 사회복지사와 60대에서 90대의 우울·자살 고위험 노인들을 대상으로 약 10개월간 인류학적 현장연구를 수행하였다.

먼저, 한국 사회에서 자녀 세대의 부모부양 의식 감소와 노인 1인 가구의 급증 등으로 나타나는 가족규범과 형태의 변화는 총체적인 가족의 위기 현상으로 가시화하면서 사회적으로 많은 공감을 얻었다. 그리고 이러한 가족의 위기 담론은 노인이 자살 충동을 일으키는 주요인인 빈곤과 외로움의 근본적 원인으로 가족을 지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부모를 부양하지 않는 자녀들이 늘기 때문에 노인들이 빈곤해졌으며, 부모를 모시고 살지 않기 때문에 심각한 외로움을 느끼는 독거노인이 급증했다고 설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은 평균 노년 수명의 급증과 더불어 소득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경제적인 요인으로 노부모를 부양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중년 세대 자녀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이었다. 이로 인해 계급 재생산으로 빈곤을 대물림받은 많은 취약계층 가족들이 느끼는 노부모 부양에 대한 부담이나 어려움과 결국 가족이 감당할 수 없어 복지의 사각지대로 밀려나 버린 노인들의 고통의 문제는 외면되고 있다. 그럼에도 가족에 의존적인 형태의 노인복지 제도를 통해 복지비용 절감해 온 한국 정부는 일차적으로 노인자살 예방 정책을 통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이 드는 가족의 해체로 인한 노인의 정서적 결핍 즉, 외로움의 문제를 해결하여 노인자살률을 낮추려는 정책을 펼쳤다.

그중에서도 본 연구가 다루는 S구 자살예방센터 마음가족 프로그램은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 이유에는 S구 내의 자살률이 감소한 것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이것이 저비용 고효율의 정서 지지 서비스이기 때문이었다. 마음가족 프로그램은 노인자살 예방정책에 배분된 인력 및 자원 부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문인력을 고용하는 대신 지역 내 중년 여성들을 자원봉사자 인력으로 동원했다. 마음가족 프로그램은 부양의 의무를 적절히 수행하지 못하는 우울·자살 고위험 노인의 가족을 문제 삼고 이를 대체하기 위해 출발했다. 하지만 그 현장에서 가족의 의미체계는 유효하지 않다. 실제 프로그램의 봉사자로 활동하는 마음돌보미뿐 아니라 노인들도 마음가족 관계를 유사가족관계로 인식하거나 대하는 경우는 찾기 어려웠다. 마음가족 프로그램의 자원봉사자는 마음돌보미 선생님으로서 우울·자살 고위험 노인들의 정서적 욕구를 전문화된 상담 지식과 기술을 활용해 충족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정서지지 돌봄노동은 딸 혹은 며느리로서 가족이 담당할 수 있는 혹은 담당해 왔던 역할의 범위를 훨씬 넘어선 전문적 영역의 것이었다.

노인자살이 가족의 위기로 인한 외로움에서 기인한다는 접근은 현대 한국 사회에서 노인들이 겪는 다양한 삶의 문제를 적절히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 노인들은 가족관계에서 외로움뿐만 아니라 분노, 모멸감을 느끼기도 하고 이를 피하고자 자발적으로 고립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 가족주의적 노인자살 담론 속에서 우울·자살 고위험 노인은 지나치게 가족에게 의존적이고 수동적 존재로 그려진다. 무엇보다 외로움은 단순히 가족이 떠난 빈자리에서 기인한다기보다 취약하고 불안한 삶의 환경 속에서 겪는 질병, 빈곤, 정신질환, 차별, 소외 등의 문제들과 연쇄적·복합적으로 맞물려 나타나는 것이었다. 또 각각의 노인의 생애 전반에 걸쳐 이어진 어려움은 삶의 조건뿐만 아니라 개인의 성격과 삶에 대한 태도나 가족 관계까지도 영향을 미치면서 노년기의 자살위기 상황에 다양한 방식으로 기여하고 있었다. 나아가 경제·주거·여가·신체·의료 등으로 분절된(fragmented) 노인 복지제도 속에서 반복되는 거절과 실패의 경험은 노인들에게 일상화된 절망감을 만들고 삶에 대한 의지를 앗아가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그런데도 우울·자살 고위험 노인에게 가족은 여전히 자살위기에 핵심적 문제로 나타난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 가족의 부재는 노인에게 단순히 외로움을 만드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족은 현재 우울·자살 고위험 노인이 처한 경제적 상황, 사회적 관계, 사회적 지위 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많은 우울·자살 고위험 노인은 역시 가난하고 취약한 삶의 환경을 물려받은 중년의 자녀에게서 부양이나 돌봄을 기대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 심지어 자신의 느끼는 우울감과 자살충동 보다도 원래는 자신을 부양하고 돌봐주어야 하는 중년 아들이 자살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해야 하는 노인도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한국 사회의 노인자살 현상 속에 빈곤의 가족 재생산의 문제가 깊게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동시에 빈곤하고 취약한 삶의 환경에 있는 가족에게 우울·자살 고위험 노인에 대한 부양과 돌봄을 사회문화적으로 기대하고, 제도적으로 강제하는 것이 얼마나 큰 부담일 수 있는지, 또 얼마나 심각한 심리적 고통을 초래할 수 있는지 드러낸다. 그렇기에 우울·자살 고위험 노인의 가족이 없다라는 말은 그 표면적 의미를 넘어 다양한 사회구조적 맥락 안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되고 가중된 한국 사회의 가난한 노인의 현실을 함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제적·신체적·정신적 어려움이 연쇄적으로 또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노년기 자살위기를 간헐적인 감정 해소를 통해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것은 애초에 어려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가족 프로그램은 그 시작에서부터 노인자살의 원인을 정서적 문제로 한정할 수밖에 없다. 자살예방센터 자체가 분절된(fragmented) 복지 제도 속에서 노년기 우울증의 예방과 치료를 위한 자원만을 할당받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마음가족 프로그램은 우울·자살 고위험 노인들의 다양한 문제(특히 경제적 필요)를 일차적으로 정서적 필요로 환원시킨다. 하지만 노인의 삶은 신체, 정신, 환경, 등으로 분절되어 경험되는 것이 아니기에 마음가족 프로그램 서비스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우울·자살 고위험 노인의 해소되지 않는 욕구나 필요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사실, 마음가족 프로그램의 정서적 지지 서비스에 더해 의료비 지원, 도시락 서비스와 같이 실질적 자원이 연계되는 사건은 노인과 마음돌보미의 관계를 진전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 지점이 바로 분절된 형태의 자살예방 정책과 정서지지 서비스에 국한된 마음가족 프로그램의 한계가 드러나는 곳이다. S구 자살예방센터의 전문가와 마음돌보미는 구내 여러 복지기관 간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사례회의를 열고, 때로는 개인의 자원과 인맥까지 동원하여 복지자원을 연계하면서 노인의 삶의 물리적·환경적 변화를 가져다주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한다. 하지만 마음가족 프로그램의 성공사례 속에서도 우울·자살 고위험군 노인들은 여전히 언제 어떻게 다시 나타날지 모르는 취약하고 불안한 삶의 조건과 위험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간헐적으로 감정적인 해소를 돕는 마음가족 프로그램만으로 우울·자살 고위험 노인의 근본적 고립이나 취약한 삶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마음가족 프로그램은 계급 재생산으로 인해 사회적·경제적·문화적으로 고립되는 노인들을 감추고 이를 정서적 필요로 치환시키는 효과를 만들어 낸다.

오래전 뿔뿔이 흩어진 가족도,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마음가족도 없는 대부분의 일상 속에서 우울·자살 고위험 노인들은 자신의 삶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가족에 의존적인 노인 복지제도에 대해 적극적인 비판을 제기하거나 저항하는 행위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들은 배제의 근거가 되는 가족을 감추거나, 제도적으로 인정되는 자신의 불쌍한 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면서 가족규범을 적절히 이용해 복지제도에 포섭되려는 전략을 펼친다. 또 외로운 시간을 함께 보낼 친구를 만들어 가족의 빈자리를 메꾸려고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제도의 경직성과 노인이 가진 정서적·사회적·경제적 자원의 한계 때문에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생존이 위협받을 정도로 심각한 빈곤과 정신적 압박에 시달리면서 이러한 일들을 해내기란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노인의 삶은 대부분 혼자 남겨진 수많은 시간을 어떻게 스스로 달래고 채워낼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의 아픈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 매일의 일상을 살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분투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본 연구는 노인자살 예방 프로그램 마음가족의 사례를 통해 현대 한국 사회 노년기 자살위기와 관련하여 나타나는 제도, 경험, 실천 속 가족주의의 양상을 고찰하였다. 특히 본 논문은 노년기 자살위기를 만들어내는 빈곤 재생산의 문제가 가족의 위기로 인한 정서적 고립의 문제로 치환되는 과정에 주목하였다. 나아가, 정서적 지지와 감정적 해소만을 담당하는 마음가족 프로그램이 노년기 자살위기에 연쇄적·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제적, 환경적, 물리적, 신체적, 정서적 문제에 복합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를 지적하였다. 한국 사회에서 노년기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이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의 갈림길에 서지 않도록 하려면, 경직된 가족 규범과 이에 의존한 노인 복지제도의 접근 방식을 벗어나 대를 이어 재생산되는 빈곤의 현실 속에서 이상적인 가족관계나 노인돌봄을 수행할 수 없는 가족과 노인들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지원과 도움이 필요하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44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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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ege of Social Sciences (사회과학대학)Dept. of Anthropology (인류학과)Theses (Master's Degree_인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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