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축에서 나타나는 은유의 개념과 특성에 관한 연구

Abstract

본 논문의 목적은 건축에서 나타나는 은유의 개념과 특성에 대한 심층적 고찰을 바탕으로, 현대건축의 모호하고 다원적인 의미를 담을 수 있도록 건축적 은유의 개념을 확장하는 것이다. 건축에 있어 은유는 유형학적 측면에서 나타나는 단순한 형태 조직의 한계를 극복하고 건축에 본질적 의미를 부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건축적 은유가 지니는 의미론적 가치에 비해 기존 연구는 매우 미흡하다. 안토니아데스(Antoniades Antony C.)의 저서 『건축 시학』(Poetics of Architecture)에서 제시된 건축적 은유의 유형화 연구가 현재까지의 유일한 연구이다. 따라서 본 논문은 안토니아데스가 주장한 은유의 유형 체계를 분석의 틀로 정하고, 건축 은유가 지니는 한계와 특성을 고찰함으로써 기존 건축은유의 범주를 확장시키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안토니아데스가 주장한 건축적 은유의 개념 파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다른 분야에서 적용되는 일반적 은유를 먼저 고찰하였다. 이를 위하여 사전적․수사학적․예술적 측면에서 은유가 어떻게 사용되고 의미를 생성하는지를 객관화하였다. 다른 분야에서의 은유적 표현에 대한 예비적 고찰을 통해 각기 다른 분야에서 드러나는 은유는 독립적 개체가 아니며 근본적으로 동일한 방법으로 의미를 생성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안토니아데스는 건축 은유를 유형적 은유, 무형적 은유, 결합적 은유의 세 가지 범주로 구분하였다. 그의 이러한 유형화 작업은 은유의 특성과 한계에 대한 이해를 돕는 기초가 된다. 먼저, 직해가 부재하는 결합적 은유는 능동적 차원에서 의미의 재생산 가능성을 내포하는 고차원적 은유로서 다의적 의미 생성에 가장 접합한 은유이다. 이에 반해, 유형적 은유와 무형적 은유는 일차적 전의로 의미를 구현하기 때문에 의미론적 차원의 한계를 드러낸다. 따라서 유형적 은유의 현시적 직해는 직접적 의사소통의 방법이긴 하지만, 의미의 재생산에 어려움이 따르는 방법으로 평가된다. 또한 무형적 은유의 잠재적 직해는 숨겨진 이념과 논리를 수반하여 건축 전체를 하나의 질서로 통합하는 은유로서, 형태적 직유의 한계를 초월하긴 하지만 여전히 의미 구현과 생성에 있어 어려움이 드러나는 은유이다. 하지만 은유가 이렇게 의미 구현에 있어 한계를 드러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대건축에서 은유가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안토니아데스가 언급한 건축적 은유에 대한 고찰을 통해 드러난 기존 은유의 특성과 한계가 현대에 들어와 어떻게 구현되고 의미를 생성하는지를 현대건축사례를 통해 구체화하였다. 안토니아데스는 주로 60∼70년대 건축에 적용된 은유를 유형화하여 은유의 범주를 형성했기 때문에 현대건축의 측면에서 은유의 유형을 다시 분석함은 건축적으로 상당한 의의를 지닌다고 판단된다. 현대건축에서 은유는 중첩, 이질, 대립, 상징 등의 개념을 통해 은유의 범주를 확장하여 현대의 다의적이며 모호한 양상을 공간적으로 표현한다. 이는 단순히 고착화된 의미의 전이만으로 표현 하던 기존의 건축 은유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건축에서의 은유는 극대화된 현대건축의 시각 편향적 특징을 완화하면서 건축의 본질을 일깨우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연구의 결과로, 현대건축에서 확장된 개념의 은유가 수용자의 다양한 공간적 체험을 통한 능동적 해석을 가능하게 하며 동시에 의미의 생성· 소통· 확장을 결과로서 가능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