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기 정치적 결사에 관한 헌법사적 연구

Abstract

결사는 공동의 목적을 위한 다수인의 자발적 조직체를 말한다. 결합의 자발성과 공동의 목적이 존재할 것은 결사의 필수적인 개념 징표이다. 결사는 서구에서 국가와 구별되는 독자적인 영역인 근대적 시민 사회의 등장과 함께 생겨나서 정착하였다. 이 사회는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사회의 산물인 결사 역시 그러하다. 오늘날 결사는 매우 다양하게 존재하며, 정당이나 노동조합과 같은 특수한 형태의 결사를 포함한다. 그리고 집단적 의사 표현 형태로서 개인의 인격 발현과 민주주의 실현에 이바지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 중에서도 정치적 결사는 정부의 독단적 국정 운영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국가의 규제 또는 탄압을 받을 위험이 크다. 개화기 조선에서 결사는 번역을 통해 서양에서 전래된 새로운 것이었다. 초기 개화파 인사들은 교육적 목적이나 경제적 목적을 위한 결사에 주로 관심을 쏟았다. 그러나 점차 정치적 목적을 갖고 활동했던 결사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1896년에 창립된 독립협회는 이러한 과정에서 나타난 개화기 정치적 결사의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독립협회는 처음에는 고급 관리들을 주요 구성원으로 하여 창립되었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비교적 교육 수준이 높고 경제적으로 안정된 기반을 갖추었으며 서구 사상의 영향을 받은 지식인들이 독립협회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누구나 신분적 제약 없이 자발적 의사에 의하여 독립협회에 가입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근대적 결사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었다. 독립협회 지도자들은 서양의 천부인권 사상의 영향으로 인민의 자유와 권리를 신장하고자 하였다. 특히 결사를 공론 창출의 공간으로 여겨, 국정 운영에 있어서 결사가 기여할 수 있는 바를 강조하였다. 독립협회는 스스로 국민의 의견을 국가의 의사 결정에 반영하고자 하여 정당과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일반 대중에게 참정권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한계 또한 갖고 있었다. 본래 대중을 계몽시키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설립되었던 독립협회는 자유와 평등의 보장, 제도적 개혁 등을 요구하였다. 이는 곧 정치적 활동으로 이어졌다. 독립협회가 결사로서 정치적 표현 활동을 영위할 자유를 주장한 반면, 정부는 결사에 대하여 교육적 활동만을 인정하고 정치적 활동을 금지하였다. 결국 독립협회는 정부에 의하여 해산되었으며, 이후 정치적 결사를 비롯한 결사의 자유가 크게 위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