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 청소년의 소비에 대한 자기조절 연구

Abstract

경제 발전으로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고 저출산 등으로 소수의 자녀에게 부모의 지원이 집중됨에 따라, 십대 청소년이 점점 독립적이고 적극적인 소비의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미성년으로 자아정체성 형성이 불완전한 데다, 사춘기를 겪으면서 감수성이 예민해지고 또래집단이나 대중매체의 영향 등을 받아 충동적ㆍ모방적 소비행동을 하는 경우도 많다. 성인이 되어서도 충동소비, 과소비 같은 소비행동을 나타나듯이 무한한 소비의 욕구를 주체적으로 조절하는 능력은 저절로 습득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소비에 대한 자기조절 능력을 함양하기 위한 노력을 어렸을 때부터 기울일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체계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시점이다. 본 연구에서는 십대 청소년의 소비에 대한 자기조절 수준을 살펴보고, 소비에 대한 자기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학년별로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관하여 종합적으로 비교ㆍ분석해 보았다. 본 연구에서는 서울 및 대전 시내에 거주하는 십대 청소년을 모집단으로 하여 각 학년별 특성을 대표할 수 있는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을 조사대상자로 선정하였다. 2011년 6월 1일부터 6월 24일까지 설문조사하였으며, 총 608부를 분석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를 요약ㆍ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십대 청소년의 소비에 대한 자기조절 수준은, 소비에 대한 정서 및 행동적 자기조절이 평균 3.70점(5점 만점), 소비에 대한 인지적 자기조절이 3.32점, 전체적인 소비에 대한 자기조절이 3.52점으로,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비교적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한편, 초등학교 6학년의 수준이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은 고등학생, 중학생 순으로 나타났다. 중학생들은 본격적인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점차적으로 부모의 영향에서 벗어나 또래집단이나 대중매체의 영향을 점점 더 많이 받게 되는데, 아직 자아정체성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친구들의 행동이나 대중매체에서 제공하는 상품 정보 등을 무분별하게 수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가정의 사회ㆍ경제적 배경보다는 부모와의 상호작용이 소비에 대한 자기조절에 더 많은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부모와의 상호작용은 초등학교 6학년보다는 중ㆍ고등학생에게 더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ㆍ고등학교 시기는 자아개념 및 가치관이 급격하게 변화되어 가는 시기로서, 이때의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셋째, 용돈액수가 많을수록, 그리고 용돈 만족도가 작을수록 소비에 대한 자기조절을 잘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용돈액수와 용돈 만족도는 세 학년 중 중학생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학생이 되면서 초등학교 때에 비해 부모로부터 받는 용돈액수가 증가하고 스스로 제품을 구매하는 기회 역시 많아지는 반면, 상대적으로 용돈에 대한 관리능력은 아직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넷째, 친구들과 유행하는 상품에 대해 평을 하는 등의 또래집단과의 상호작용은 세 학년 모두 소비에 대한 자기조절, 특히 소비에 대한 정서 및 행동적 조절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는 학교생활로 인해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고 또래집단과의 결속이 비교적 강한 때이므로, 또래집단과의 상호작용이 큰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다섯째, 대중매체 영향은 소비에 대한 정서 및 행동적 조절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미쳤는데, 대중매체 광고 등에서 소비자의 정서 혹은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감성 소구적 특성은 소비에 대한 정서 및 행동적 조절을 방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학생의 소비에 대한 정서 및 행동적 조절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중학생이 되면서 초등학교 때보다 대중매체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나, 아직 자아개념이나 가치관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아 대중매체의 정보 등을 무분별하게 수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중매체 영향은 소비에 대한 인지적 조절에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에 관한 기능 및 실용성과 같은 속성정보를 전달하는 측면은 소비에 대한 인지적 조절을 잘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여섯째, 고등학교로 올라가면서 소비에 대한 자기조절이 성별과 밀접하게 연관되었는데, 구체적으로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하여 소비에 대한 자기조절을 잘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춘기를 겪으며 자아 개념과 함께 성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여학생들은 친구들과 동화되고 유행을 쫓는 등의 측면이 점점 뚜렷하게 체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그리고 초등학생은 어머니의 취업여부가 소비에 대한 자기조절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는데, 부모 의존도가 높은 초등학교 시기에는 전업주부와 같이 자녀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경우가 사회적 상호작용에 더 유리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연구 결과를 토대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첫째, 중학생은 소비에 대한 자기조절 수준이 다른 학년에 비해 다소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때가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에서 벗어나 점점 적극적이고 독립적으로 소비활동을 하는 시기로서 본격적으로 소비 습관의 첫 단추를 끼우는 때라는 점에서,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소비자 교육에 좀 더 각별히 신경 써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 부모와의 상호작용은 자녀의 소비에 대한 자기조절에 큰 영향력을 미치므로, 부모들은 구매 활동에 자녀를 참여시키고 자녀의 의사를 반영하며, 소비생활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등 평소 자녀와 상호작용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어야 할 것이다. 특히 중ㆍ고등학교 시기는 부모와의 상호작용 정도에 따라 소비에 대한 자기조절에 더욱 큰 차이가 발생하므로, 중ㆍ고등학생을 둔 부모들은 자녀들의 소비생활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셋째, 용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반드시 용돈 만족도가 높아지거나 소비에 대한 자기조절을 잘 하는 것은 아니므로, 자녀들에게 지나치게 필요 이상의 용돈을 주기보다는 적당한 수준의 용돈을 주어 자녀 스스로 용돈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중학생을 둔 부모들은 중학생이 되었다고 급격하게 용돈을 많이 주기보다는 자녀의 용돈 관리능력을 참고하여 점진적으로 용돈액수를 늘려갈 필요가 있다. 넷째, 또래집단 및 대중매체 영향이 소비에 대한 자기조절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므로, 십대 청소년들이 또래집단이나 대중매체에서 제공하는 갖가지 정보들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선별해낼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지도할 필요가 있다. 이상의 연구를 바탕으로 소비자 교육 및 정책의 방향을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다. 부모가 소비생활과 관련해 자녀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부모 스스로도 방법과 내용적인 측면에서 충분한 지식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부모들이 교육 프로그램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사회교육 차원에서 다각적인 교육 접촉점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방송사 및 광고주들은 구매욕을 조장하는 과도한 마케팅 전략만 펼치기보다는 자정적인 노력을 통해 상품에 대한 유용한 정보들을 균형 있게 제공함으로써 십대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판단과 자기조절을 통해 합리적인 구매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 또는 교육기관 차원에서 학년에 따라 소비에 대한 자기조절에 영향을 주는 내적 요인 및 환경적 요인을 좀 더 면밀히 분석하여 소비에 대한 자기조절을 저해하는 요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본 연구를 바탕으로 소비활동에 첫 걸음을 내딛는 십대 청소년들이 소비에 대한 자기조절을 통해 주체적인 소비자가 되도록 유도하고, 궁극적으로 소비자 주권의 발현을 이끄는 데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