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패 짓소리 선율의 구조 연구

Abstract

범패 짓소리는 전문적인 불교 의식음악으로서 일반적인 음악과 달리, 자유로운 선율과 박자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범패 짓소리의 특징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는 음악양식상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범패 짓소리 선율의 특징과 그 음악적인 구조를 밝혀내고자, 현재까지 전해지는 짓소리 인성·거령산·관욕게·목욕진언(=관욕게진언)·단정례·보례·식영산·두갑·오관게·영산지심·특사가지·거불·삼남태 13곡을 대상으로 하여, 각 악곡의 악절과 악구를 구성하고 있는 선율의 구조를 중심으로 분석하였으며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일정한 장단이 없이 자유로운 선율과 박자로 구성되어 있는 짓소리를 규칙적인 박자로 구성된 장단 단위의 개념이 아닌, 계속적으로 반복되어지는 특징적인 선율형을 중심으로 크게 악절을 구분 짓고 그 안에서 다시 악구를 나누어 분석해 본 결과, 각 악절을 구성하는 악구는 다음 이어지는 악구의 형성에 반복·축소·확대·변형·생략·추가적인 선율로서 영향을 주었으며, 때로는 상위 악구와 무관하게 개별적인 선율로 진행되기도 하였다. 또한 인성·거령산·관욕게·단정례·오관게 5개 악곡의 경우, 악절 단위의 선율 반복이 나타나기도 하여 악구 뿐 아니라 악절을 달리하면서도 선율이 반복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와 같은 짓소리 13곡의 악절과 악구를 분석한 것을 바탕으로 하여 각 악곡에서 나타나는 동음선율을 찾아 본 결과, 동음선율 유형은 가∼자형의 총 9개로 구분 지을 수 있을 수 있었으며, 이 9개의 동음선율 유형 중에서 인성·거령산·단정례·보례는 4개, 관욕게·목욕진언은 3개, 식영산·두갑·오관게·특사가지·거불·삼남태는 2개, 영산지심은 1개가 나타나는 것이 확인되었다. 또한 동음선율 유형을 바탕으로 하여 같은 선율이 나타나는 악곡간의 유사성을 살펴본 결과 선율 가∼라형이 주로 나타나는 인성·거령산·식영산·두갑·오관게·단정례·특사가지가 서로 유사성이 있었으며, 다음 으로 선율 마∼자형이 주로 나타나는 관욕게·목욕진언·보례·단정례·거불·삼남태가 서로 유사성이 있는 악곡임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단정례의 경우, 위의 가∼라, 마∼자로 구분되는 선율유형의 일부분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 여러 악곡들과 조금씩 선율의 유사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영산지심의 경우, 특사가지와 1개 유형의 동음선율을 함께 하고 있을 뿐 다른 악곡들과 동음선율 유형을 거의 공유하지 않고 있어서 악곡간의 유사성이 가장 적은 악곡임을 알 수 있었다. 이상의 고찰을 통해 짓소리의 선율 구조는 공통된 선율 특징을 지닌 여러 악구들이 모여서 한 악절을 이루며, 이와 같이 형성된 여러 악절들이 서로 결합되어 한 곡을 구성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특히, 여러 악구들이 모여 형성된 악절은 한 악곡 내에서 악절 단위로서 반복되기도 하고, 다른 악곡 내에서도 쓰이고 있어, 악곡을 달리하면서도 동음선율을 공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으며, 이러한 동음선율을 기준으로 하여 서로 유사성이 있는 악곡들도 구분 지을 수 있었다. 이것으로 자유리듬 안에서 전개되는 복잡한 선율로 구성되어 있어 악곡의 구조를 파악하기 어려웠던 범패 짓소리의 음악적 특징과 체계를 조금이나마 파악할 수 있었으며, 이러한 특징이 범패 짓소리를 구성하는 근간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본고에서의 연구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살펴본 것이므로 앞으로 더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리라 생각되며 이는 후일의 과제로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