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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세 이후 한·중·일 전통주거의 내·외부 경계인식 비교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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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한지애

Advisor
김광현
Major
건축학과
Issue Date
2012-02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Abstract
동아시아권을 대표하는 한·중·일의 주거문화를 비교하는 것은 우리 주거문화가 갖는 독자성을 추출하기 위한 필연적인 작업이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의 근세 이후 전통주거를 내·외부와 그 경계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고찰함으로써, 삼국의 주거에서 드러나는 경계인식의 본질적인 양상을 드러내려는 목적을 가진다. 거주의 개념은 인간이 세상에 존재하고, 그 존재하는 방식으로서 집을 짓고, 그 집의 형성과정에 개입하는 행위와 사유 등 일련의 복합적인 의미의 집합이며, 그 속에 분포된 다양한 경계들의 가시적·비가시적 구성으로 인해 구축된다. 따라서 근세 이후 한·중·일의 전통주거의 경계인식을 비교하는 것은 광범위한 동아시아 주거문화 울타리권 아래에서 거주에 대한 동양의 사유체계를 공유함과 동시에, 각국에서 개별적으로 축적된 거주태도에 대한 독자적인 가치체계 고찰함을 목적으로 한다. 본 연구는 선행적으로 동아시아 주거가 갖는 내부와 외부의 의미를 살피고, 삼국의 주거에서 그것이 교차되는 경계부를 중심으로 공간의 특성을 분석하였다. 또한 사례별로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이 다른 배치 형태 및 크기를 갖더라도, 그것이 교차되고 중첩되는 경계부에 내재된 패턴을 추출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한·중·일의 주거문화 비교는 삼국간의 서로 다름을 명확히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며, 주거 유닛(Unit)마다 보여지는 개별적인 특성이 갖는 차이를 보는 것에서 나아가, 그 다름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배후의 경계인식에 대한 내재적 질서를 도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두 가지 주거 유형을 연구대상을 삼았으며, 첫 번째 유형은 근세시대, 상류계층의 주거로서 한·중·일 삼국의 전통건축이 가장 정교화된 주거유형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 청시대의 사합원(四合院), 한국 조선시대 후기의 사대부가(士大夫家), 일본 에도시대의 쇼인즈쿠리(書院造)가 이에 해당된다. 두 번째 유형은 시기적으로 첫 유형의 시대에 바로 후행하는 근세 이후 근대화시기로서, 동아시아의 도시화가 진행됨에 따라 삼국의 대표적 도시주거로서 자리잡게 된 유형 중, 전통주거의 구성방식을 따르고 있는 사례를 추출하였다. 중국 북경의 소규모 사합원(四合院), 한국 서울의 도시형한옥(都市型韓屋)과 일본 교토의 마치야(町家)이다. 각 카레고리 내에서 한·중·일로 대표되는 각각의 세 가지 유형이 내·외부에 대한 어떠한 공간적인 독자성을 보이고 있는지 규명함과 더불어 두 유형 그룹 상호간의 역사적, 공간구성적 유사성과 관계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였다.
경계(境界)를 논함에 있어 한·중·일 전통주거에 분포되는 가시적(可視的)인 경계와 비가시적(非可視的)인 경계가 갖는 다양한 위계와 상황을 구분하고, 이것이 인식되는 구조를 고찰하였다. 경계(境界)를 두 개의 대응되는 세계가 공유하는 물리적, 심리적 영역의 접점이라고 정의하였으며, 그 둘이상의 대립항의 성격에 따라 가시적(可視的) 경계와 비가시적(非可視的) 경계로 분류하였다. 가시경계와 비가시경계라고 하는 양자의 상호작용에 의해 명확(明確), 연속(連續), 단절(斷切), 모호(模糊), 중첩(重疊)이라는 경계의 농도와 형태가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주거 내의 구분의 요구가 농도에 맞게 조절된다. 연구의 대상이 되는 각국, 각 시대의 주거는 이러한 가시와 비가시 경계의 혼합 양상이나, 특징적 건축 장치의 활용이라는 면에서 고유성과 독자성이 발현된다는 관점으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즉, 공간의 배치, 실의 크기 및 연결방식 등의 개별적인 특성이 갖는 차이를 보는 것에서 나아가, 그것이 교차되고 중첩되는 경계부에 내재된 패턴을 추출하는데 초점을 맞추어 유사한 배치 속에서의 다른 경계의 논리를 규명하고, 상이한 공간배치 내의 공통의 경계논리를 도출함을 전제로 한다.

이를 통해 도출되는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시선(視線)의 경계는 물리적인 수직구조체가 만드는 가시적인 경계와 빛과 음영, 소유권 인지 등의 비가시적인 경계를 넘나들며 관통하는 시선(視線)이라는 관점에서 주거 내에 분포하는 경계를 말한다. 시선(視線)은 망막에서 시작되는 시야가 전개되는 길로서, 시선이 도달하는 종착점까지의 거리에 따라 자유롭게 확장, 차단되는 특성이 있다. 시선이 시작되는 시점(視點)의 위치가 이동함에 따라 생성되는 시선의 경계를 기준하여 분석하였을 때, 한국 사대부가의 경우 주어진 시점에서 가시적인 경계선에 교차, 관통되는 시선을, 중국 사합원과 일본 쇼인즈쿠리의 경우 주어진 시점을 구획하는 가시경계에서 개구부의 위치, 벽과 기둥의 위치에 순응하는 시선의 경계를 보여준다. 또한 이동의 방향에 따라 전개되는 시점을 볼 때, 한국 사대부가와 중국의 사합원의 경우 담과 채가 교차되어 이동되기 때문에, 거주자의 동선이 내부와 외부가 교차되는 양상을 보인다. 따라서 여러 겹의 막으로 둘러쳐진 공간의 겹을 경험하게 되어, 내부와 외부가 상호관입하는 공간을 형성하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 한국과 중국의 시선의 경계가 형성하는 확장과 축소의 리듬은 차이점이 있는데, 한국의 경우 주거 내 생활동선 및 진입동선 상에서 이동방향 외의 방향으로 시선이 경계가 더욱 확장되어 시선의 개방과 이동이 일치하지 않아, 방향의 인지 측면에서 선택적인 결정이 수월하며, 시선 경계의 확장과 축소의 강도가 상당히 급변하는 역동성을 보인다. 이는 일본 쇼인즈쿠리의 사례와 유사한 패턴으로서, 쇼인즈쿠리가 주로 내부 안에서 엮여지는 동선의 분포를 갖고있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이를 내부와 외부가 아닌 시선의 확장과 축소, 이동 방향과의 관계 측면에서 본다면 유사한 역동성과 동선, 시선의 불일치도를 보인다. 반면, 중국은 시선의 경계가 확장되는 범위와 방향이 기존 가시적 경계의 질서를 따르고 있으며, 그 방향이 곧 이동방향의 암시한다..

둘째, 앞서 살펴본 시선의 경계를 조직하는 인자 중의 하나로서, 삼국의 각 주거유형이 갖고 있는 반외부공간을 분석하고, 이것이 경계인식의 가변적인 특성을 도출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하였다. 한국 사대부가의 반외부공간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적인 방, 즉 개실과 동등한 구성 위계를 갖는다는 점이다. 이는 중정을 감싸는 사합원의 회랑, 통로적 성격의 쇼인즈쿠리 외부 선형 복도 등이 부가적인 혹은 보조적인 기능을 갖는 것과는 달리, 하나의 독립된 구성 요소로서 기능하며, 부분적인 혹은 선택적인 개폐를 통해 공간의 유연성을 강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대청마루는 주거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 중에, 특히 내·외부공간 사이의 경계를 인식함에 있어서 다중의 뚫려있는 틈을 제공하며, 작은 단위의 간격에서도 시야각의 열고 닫힘에 영향을 주어, 다중의 틈과 연계된 뚫린 시야각으로 인해 공간적층을 만들어, 경계 너머의 보다 넓은 규모의 공간을 인지하게 해준다. 이로서 앞서 살펴본 중국, 일본 사례의 명확한 내·외부 공간 사이의 경계가 아닌, 가변성과 모호성을 내포하는 한국의 독자적인 경계인식 패턴을 만들어 냄을 알 수 있다.

셋째, 경계에 의해 적층되는 공간의 깊이는 가시적인 경계와 비가시적인 경계의 총체적인 복합작용으로 형성된다. 우선 일차적으로 시선의 중첩과 면의 상호결합에 의한 매스의 결합과 분절을 통해 생성되는 깊이감에 규범과 신분에 의해 형성되는 공간의 겹에 대한 인식, 고저차에 대한 단을 오르는 행위, 신을 벗는 행위, 면을 덮는 표면의 투과도, 처마의 음영이 주는 비가시적인 면의 구성 등이 추가되어 형성되는 복합적인 개념이다. 이를 위해 가시적으로 분포되는 물리적인 경계라는 바탕 위에 빛, 음영이 형성하는 깊이감을 추가하고, 두 번째로 경계표면의 투과도가 만드는 가중치를 추가하여 최종적인 경계의 겹(layer)과 강도(强度: strength)를 비교, 분석하였다. 한국과 중국의 상류주거는 경계의 겹 중 최외곽의 경계의 강도가 가장 강한 반면, 일단 주거 내로 진입을 하면 상대적으로 헐거운 강도의 엷은 경계들이 분포된다. 그 중 한국 사대부가는 비가시와 가시의 경계 패턴이 일치하지 않고 얽혀있으며, 경계가 중간에 끊어지는 투과점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중국 사합원은 가시와 비가시 경계가 같은 질서를 따르고 있어 상대적으로 가장 명확한 위계를 보여준다. 그에 반해 일본은 최외각의 경계의 강도는 약한 반면, 주거 내로 진입한 후에 강한 경계의 층을 느끼게 되며, 주거 내의 각 실들이 서로 포함관계나 상호관계를 갖기보다, 섞이지 않고 독립된 개별 막으로서 분포한다. 이와 같은 근세 상류주거에서의 특징이 고밀도의 근대도시주거로 변이되면서, 경계가 갖는 특징을 분류하면, 한국의 도시형한옥은 기존의 경계질서가 압축되면서, 분리되었던 가시과 비가시의 패턴이 압축된 주거 유닛 내에서 일치되는 현상을 보이며 투과성이 약화되었다. 중국의 경우, 2진 이하의 소규모 사합원에서는 기존의 다층의 위계가 간소화되어 나타났다. 일본 마치야는 좁고 긴 필지에 기존의 질서가 재배치되는 양상을 보이되, 막구성과 같은 특징을 그대로 유지되며, 한국과 중국의 도시주거와 마찬가지로 최외곽의 경계의 강도는 쇼인즈쿠리에 비해 강화되었다. 전체적으로 근세 상류주거에서의 경계의 겹이 갖는 강도와 특징이 취사선택되어 유지되고 있으며, 신분분리, 접객절차의 간소화로 가시에 비해 비가시 경계가 약화되며 겹도 간소화되는 특징이 있다.
Language
kor
URI
https://hdl.handle.net/10371/156177

http://dcollection.snu.ac.kr:80/jsp/common/DcLoOrgPer.jsp?sItemId=000000002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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