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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소송의 심리와 판결 효력의 범위에 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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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윤지현

Advisor
이창희
Major
법학과
Issue Date
2012-02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Abstract
이 글의 주된 논의 대상은 조세소송, 즉 납세의무의 크기와 존부를 둘러싸고 국가와 납세자 간에서 벌어지는 소송에서 심리와 판결 효력의 범위이다. 이러한 소송은 현행 이론 체계 하에서는 행정소송법상 항고소송의 일종으로서 과세처분 취소소송을 가리키게 된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심리와 판결 효력의 범위와 관련하여 현재 우리나라에서 행하여지고 있는 조세소송의 기본 구조를 이루는 여러 가지 중요한 요소들을 가려내고 그 이론적 근거를 분석하며 그 현실적 결과를 평가한 다음, 대안적인 구조의 가능성이 있는지를 생각하여 보려 하였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범위에서 일본, 독일, 프랑스, 미국의 법제를 살펴보고 참고하고자 하였다.

조세소송에 관한 현행 이론 체계의 핵심을 이루는 두 가지는, 우선 취소소송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다투어지는 것은 실체적 납세의무 단위의 세액이라는 실질적인 성격이다. 여기서 조세소송이 기본적으로 과세처분 - 이 글에서는 부과처분과 경정거부처분을 가리킨다 - 의 취소소송이라는 것은, 국가가 납세자에게 납세의무를 지우기 위하여 세액을 확정하는 단계에서, 또 확정된 세액의 경정을 거부하는 단계에서, 그러한 국가의 행위가 납세자의 권리의무와 직접 관련을 맺는다는 의미에서 행정처분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와 같이 행정처분의 존재로 직접 연결되는 개념인 세액의 확정이란 이미 세법에 의하여 성립하고 있는 납세의무의 내용을 확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부과처분도 그 법률적 성질은 이른바 준법률행위적 행정행위의 일종인 확인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납세자가 관심을 갖는 궁극적인 대상은 개별적인 과세처분이라기보다는 그에 논리적으로 선행하는 납세의무 자체라고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형식과 실질이 괴리된 듯한 조세소송의 이러한 이중적인 성격, 특히 그 중에서도 조세소송의 실질적 성격은 바로 총액주의 이론에 반영되어 있다. 즉 총액주의는 과세처분의 개개 처분사유에 심리의 범위를 한정하지 않고, 특히 문제되는 처분사유 추가 ‧ 변경의 범위는 납세의무 단위 전부로 넓혀져 있어서 일반 행정소송에서와 같이 기본적 사실관계 동일성이 이러한 추가 ‧ 변경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다. 나아가 증액경정처분 등 하나의 납세의무 단위에 관하여 두 개 이상의 과세처분이 행하여진 경우 하나의 과세처분만이 존재하도록 이론 구성(이른바 흡수설)하는 것 역시 조세소송이 이와 같이 문제된 납세의무 단위의 세액 자체를 실질적인 다툼의 대상으로 삼아서 이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도록 조세소송의 기본 구조를 설계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요컨대 총액주의는 조세소송이 갖는 납세의무 자체에 대한 다툼으로서의 성격에 충실한 것이다.

그러나 현행 조세소송 이론 체계의 이중성은 이러한 총액주의 이론이 판결 효력의 범위를 정하는 데에까지 일관되게 적용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특히 이와 관련하여서는,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의 중요한 세목들이 기간과세 세목으로 되어 있어서, 하나의 납세의무 단위 내에 서로 기본적 동일성이 없는 다수의 사실관계들이 서로 얽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현상은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한다.
그리하여 판결 효력의 범위, 특히 이른바 차단효의 범위는 현행 실무상 확정판결에서 직접 다룬 쟁점에 한정된다. 물론 이러한 결론에는 몇 가지 이론적 설명이 제시되어 있고, 현실적으로도 소송에서 다루어진 사실관계와 기본적 동일성이 없는 사실관계에 대하여서까지 차단효를 미치게 하는 결과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그러나 아무튼 그러한 해석의 결과 조세소송에서는 심리와 판결 효력의 범위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무엇보다 납세의무 단위 자체를 다툼의 대상으로 삼아 그에 관한 분쟁을 일거에 해결한다는 총액주의의 기본적 지향점과도 일치하지 않는 결과이다. 또 그 결과 납세자에게 부과되는 단기 제소기간이라든지, 과세관청에게 부여된 부과제척기간의 특례 등과 관련하여, 현실적으로 세금과 관련된 다툼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정하는 문제에 관한 주도권을 상당 부분 과세관청에게 부여하는 뜻밖의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와 같이 심리의 범위에 비하여 판결 효력의 범위를 좁혀서 실제로는 총액주의와 잘 어울리지 않는 쟁점주의적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든지, 이미 심리 중인 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에서 동일한 또 다른 처분사유를 해당 소송 절차 내에서 주장할 것인지 아니면 이에 기한 재처분을 할 것인지에 관한 선택권을 과세관청에게 주는 결과가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물론 이른바 탈루소득에 관하여 차단효를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결과는 충분히 그 현실적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겠으나, 현재의 판례와 같이 동일한 과세 대상에 관하여 법적용만을 달리하는 재처분을 허용하는 결과에 대하여는 별도의 이론적 검토와 정당화 근거가 필요한 것이다.

한편 동일한 납세의무 단위 내에 납세자의 신고, 과세관청의 증액경정처분, 경정거부처분과 같이, 세액의 확정과 관련된 다수의 행위가 존재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 역시 기간과세 세목의 존재 하에서는 부득이한 결론이지만, 취소소송의 틀 내에서는 좀처럼 명쾌하게 해결하기 어려운 곤란한 문제들을 야기한다. 즉 조세소송이란 실질적으로 납세의무 단위의 세액 자체를 다투는 것으로서 그 다툼의 범위가 납세의무 단위 전부에 미친다는 총액주의 이론 하에서, 동일한 납세의무 단위 내에 두 개 이상의 세액 확정 행위의 존재를 소송법상으로 인정할 경우, 판결의 중복 ‧ 저촉 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하나의 납세의무 단위 내에서는 하나의 과세처분만이 존재한다는 기교적 ‧ 의제적인 이론 구성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이 경우에도 세액을 확정시키는 경로가 납세자의 신고와 과세관청의 부과처분으로 이원화되어 있다는 점이나, 또 이와 관련하여 경정청구기간이나 제소기간 도과에 따른 불가쟁력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점 등이 뒤섞여서, 이해하기도 어렵고 타당한 방법으로 해결하기는 더더구나 어려운 이론적 문제들을 발생시킨다. 물론 이는 취소소송이라는 기본 틀이 총액주의 이론, 그리고 이에 따른 논리적 필연인 흡수설과 잘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측면이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또 경정청구의 내용이 음(陰)의 세액을 확정시키고자 하는 경우, 이러한 흡수설을 관철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한편 과세처분에 이른바 절차적 위법이 존재하는 경우는 이와는 또 다른 영역이어서, 현재의 이론 체계 하에서 당사자들은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져 납세자가 승소하더라도 이러한 판결로 인하여 납세자가 납세의무로부터 종국적으로 벗어난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러한 다툼은 처음부터 납세의무 단위의 세액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러한 납세의무를 확정한 과세처분에 대한 것일 수밖에 없고, 이러한 쟁점이 다투어지는 범위에서 총액주의는 처음부터 문제될 여지가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위법성 이원론이라는 견해가 주장되기도 하는데, 납세자가 절차적 위법을 주장하는 경우와 실체적 위법을 주장하는 경우를 소송물이 다르다고 표현할 수 있을지 하는 기술적인 문제는 남지만, 두 경우의 심리와 판결 효력의 범위나 관련된 소송의 기본 구조가 다르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와 같이 조세소송에 관한 현행의 이론 체계는 어렵고 일관되지 않는다. 취소소송이라는 기본 틀과 납세의무 자체를 다툼의 대상으로 삼아 관련된 분쟁을 일회적으로 해결한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잘 조화되지 않을 가능성을 안고 있는데, 기간과세 세목의 존재로 인하여 하나의 납세의무 단위 내에 여러 개의 과세처분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조화의 가능성이 더욱 크게 부각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보다 일관되고 간명한 이론 체계에 관한 대안을 모색하여 보아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이론적으로 가장 간명한 방안은 총액주의의 대척점에 있는 방안인 쟁점주의를 철저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기존의 통설 ‧ 판례가 총액주의를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설명하여 왔기 때문에 진지한 고려의 대상이 된 일이 없는 듯하지만, 쟁점주의는 지금까지 살펴본 많은 이론적으로 어려운 문제들을 간명하게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쟁점주의를 채택할 경우 하나의 납세의무 단위에 관하여 두 개 이상의 소송이 동시에 계속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에, 법원이 현재와 같이 주문에서 취소되는 세액을 특정하여 판결을 선고하는 것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고, 주문의 표현 방식에 관하여 현재와 다른 실무례를 고안해 내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논리적으로 극복할 수 없는 장애는 아니다.
현재 심리의 범위가 납세의무 단위 전체로 넓혀져 있는 데 반하여 판결 효력의 범위는 개별 쟁점으로 좁혀져 있다는 점과 관련하여, 기본적 사실관계 동일성 개념을 통하여 심판의 범위를 일관되게 정한다는 생각도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심판의 범위를 하나의 기준에 의하여 일관되게 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또 기본적 사실관계 동일성이라는 개념은 처분사유의 추가 ‧ 변경이나 차단효의 범위를 제한하는 기준으로서 나름대로의 타당성이 있다는 생각도 해 볼 수 있다. 다만 이 입장은 현행 이론 체계 내에 이미 존재하는 취소소송이라는 기본 틀과, 납세의무 자체에 대한 다툼이라는 실질적 성격의 대립 구도에, 사실관계라는 또 다른 요소를 추가시킴으로써, 어떤 경우에는 조세소송의 이론 체계를 더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도 생긴다.
그렇다면 아예 취소소송이라는 기본 틀을 배제하고 형식적으로도 납세의무 자체에 대한 다툼으로 조세소송의 기본 구조를 설계할 수는 없는지에 관하여도 생각하여 볼 필요가 있다. 이는 현재 상황에서는 입법론에 속하는 것으로서, 조세소송을 민사소송으로 구성하거나 아니면 당사자소송에 유사한 별도의 행정소송 유형으로 하는 입법적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한 방안이다. 만약 이러한 방안이 실제로 행하여진다면, 그리고 이러한 소송에서 현재의 총액주의나 민사소송에서의 소송법설(특히 기본적 동일성이 없는 사실관계를 소송물의 범위 밖으로 몰아내는 이른바 일원설(一元說))에서와 마찬가지로 납세의무 단위 전부에 심판의 범위를 미치게 한다면, 심리 및 판결 효력의 범위에 관한 이론적 일관성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다.
다만 이와 같은 기본 구조 하에서는, 취소소송이라는 기본 틀 하에서 형성된 몇 가지 결과를 반영할 길이 없다. 예를 들어 종래의 이론 체계 하에서는, 세액을 확정하여 이를 통지하기까지의 과정에서 과세관청이 준수하여야 하는 절차적 제약에 위반한 경우 취소소송을 통하여 과세관청에게 이러한 절차적 위반 상태를 제거하도록 사실상 강제하는 것이 가능하였지만, 일종의 당사자소송으로 재구성된 조세소송 하에서는 그러한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국세기본법이 과세관청에게 부과한 각종 절차적 제약의 현실적 효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 무엇보다 개정된 국세기본법 제22조의 2 제1항과 이와 관련된 새로운 판례 하에서는, 신고에 의하여 확정된 세액에 관하여 경정청구기간 도과로, 또는 부과처분에 의하여 확정된 세액에 관하여 제소기간 도과로 각각 발생하는 불가쟁력은 어떤 경우에도 쉽사리 배제될 수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통용되고 있다. 이러한 견해 하에서는 단일한 납세의무 단위의 세액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세액을 구성하는 부분들이 각각 어떠한 경로를 통하여 확정되었는지, 그리고 납세자가 그러한 세액 확정의 효력을 배제할 수 있는 조치를 시의적절하게 취했는지 여부에 따라 불복 가능성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이 세액을 구성하는 각각의 부분들이 확정된 경로를 일일이 따져야 한다면, 이는 이미 조세소송에서 과세처분이라는 요소를 완전히 지워버릴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 되며, 또 이러한 복잡한 기본 구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면 굳이 당사자소송으로의 변환이라는 획기적 조치를 취할 실익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취소소송이라는 기본 틀이, 비록 이론적으로는 조세소송의 실질적 성격과 잘 어울리지 않는 측면이 있고 그로 인하여 많은 현실적 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하더라도, 오랜 기간 동안 실제로 기능하여 오면서 조세소송의 기본 구조이나 이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에 되돌리기 어려운 흔적을 남겨 놓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Language
kor
URI
https://hdl.handle.net/10371/156344

http://dcollection.snu.ac.kr:80/jsp/common/DcLoOrgPer.jsp?sItemId=00000000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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