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식과 국민정체성 인식 유형이 문화간 감수성에 미치는 영향

Abstract

세계화·개방화는 물적 교류 뿐 아니라 인적 교류의 가속화를 불러왔으며, 한국사회 또한 예외일 수 없었다. 최근 한국사회 내에서 이주자 및 그 2세대 비율이 증가하면서 다문화사회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바람직한 다문화국가의 상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이를 실현하기 위한 주된 수단으로 다문화교육의 역할이 거론된다. 다문화교육은 차별과 편견을 해소하며, 모든 학생들을 민주적인 시민으로 육성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문화가 평등하고 정의롭게 공존하는 사회를 이룩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속하지 않은 다른 문화와 평화롭게 의사소통 할 수 있어야 한다. 외양적으로 평화롭게 보이는 사회라 할지라도, 그것이 강압 혹은 동정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결코 정의롭고 민주적인 사회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본 연구에서는 다문화사회에서 시민들이 꼭 갖추어야 할 자질인 문화간 감수성(intercultural sensitivity)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문화간 감수성은 문화간 의사소통을 설명하는 핵심적인 능력으로, 문화적 차이를 수용·음미하려는 감정적인 욕구를 뜻한다. 인권의식은 편견과 차별을 감소시키고 동등성을 의식하게 한다는 점에서 문화간 감수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소수 집단의 사람들을 내집단 혹은 외집단으로 범주화하는 국민정체성 인식 유형도 문화간 감수성에 영향을 주는 독립변수로 선정되었다. 사회정체성 이론에 따르면 범주화 자체가 타인에 대한 태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설정하여 인권의식과 국민정체성 인식 유형이 문화간 감수성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검증하였다. 연구가설 1 : 인권의식은 문화간 감수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연구가설 2 : 국민정체성에 대한 인식 변인은 문화간 감수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본 연구는 서울 소재 중학교 2개교와 고등학교 2개교를 선정하여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연구 대상은 중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 총 639명이다. 연구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SPSS for Windows(ver. 18.0)을 사용하여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 결과 가설 1은 부분적으로 채택되었다. 인권의식의 하위 요소 중 인권 감수성과 인권 판단력은 문화간 감수성 유의미한 변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인권 판단력과 문화간 감수성은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국민정체성 인식 유형은 문화간 감수성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나 가설 2는 채택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다문화교육에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다문화교육은 차이와 특수성 뿐 아니라 인권과 같은 공통성과 보편성에 대해서도 강조점을 두어야 한다. 차이에 대한 극단적 강조는 문화간 의사소통을 저지하고, 다양한 문화가 민주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기반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둘째, 기존의 지식전달식의 교수학습방법은 정의적인 측면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본 연구 결과는 다른 문화와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고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민주시민에게는 타인의 권리에 대한 지식과 판단력 뿐 아니라 공감과 감정이입, 약자의 권리를 위해 행동할 의지 등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준다. 셋째, 소수집단의 사람을 한국인이라는 내집단으로 재범주화 할 수 있도록 구성원이 인식하는 국민정체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내집단-외집단의 분류는 상대방을 지각하는 기본 틀로 작용하여 대인관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정치공동체를 구성하는 동료 구성원이라고 인식할 때, 공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와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