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cations

Detailed Information

칸트 공통감 개념의 사회철학적 함축

Cited 0 time in Web of Science Cited 0 time in Scopus
Authors

윤영광

Advisor
백종현
Issue Date
2012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공통감, 칸트, 판단력비판
Abstract
본 논문은 칸트의 『판단력비판』에 나타난 공통감sensus communis 개념의 형성 배경과 이 개념이 담보하는 보편의 성격을 규명하고, 이를 토대로 그것의 사회철학적 함축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판단력비판』에서 공통감은 표면상 일의적으로 규정되고 있지 않다. 그것은 한편으로 어떤 외감이 아니라, 우리 인식력들의 자유로운 유희에 의한 작용결과로 이해되는 하나의 주관적 원리(V238)라는 선험적이고 주관적 의미를 가짐과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공동체적 감각gemainschaftlicher Sinn(V293)으로 정의됨으로써 취미판단의 사회적 성격을 직접적으로 정초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표면적 양의성은 뚜렷이 구분되는 두 가지 해석 경향을 낳은바, 들뢰즈Gilles Deleuze, 가다머Hans-Georg Gadamer와 같은 철학자들은 칸트의 공통감 개념을 무엇보다 우리 마음 능력들의 합목적적 관계를 표현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이에 기초해 자신의 칸트 해석(혹은 비판)을 전개하는 반면, 이러한 능력이론적 함축에 주목하기보다 공통감 개념을 칸트 철학에서 유일하게 복수의 인간들men을 다룰 수 있게 해주는 사회․정치철학적 개념으로 이해하는 아렌트Hannah Arendt와 같은 입장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 같은 해석들은 공히 칸트의 공통감 개념이 갖는 두 가지 측면 가운데 한 가지만을 주목하거나 강조함으로써 이 개념에 대한 통일적인 이해와 해석을 달성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갖는다. 필자가 보기에 칸트의 공통감 개념은 주관적이고 선험적인 함의와 사회적 의미를 동시에 갖되, 양자는 단순히 병렬적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정초 관계를 맺고 있다. 다시 말해 칸트는 인간의 사회성을 단순히 경험적으로 확인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마음의 능력 혹은 능력들 간의 관계를 규명하고자 했으며, 바로 이 지점에 공통감 개념이 담고 있는 칸트적 기획의 중요성과 사회철학적 의의가 놓여있다. 그러므로 칸트가 주관의 마음을 탐구하고 있을 때조차 그것은 단순히 사회 혹은 상호주관과 대립되는 의미의 개체적 주관에 대한 탐구에 갇히거나 머물지 않는다. 칸트는 사회성을 선험적 원리의 차원에서 해명하고자 했고, 이 경우 사회성의 다른 이름은 바로 보편인바, 칸트에게 공통감은 단지 주관적이기만 하거나 사회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주관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주관적인-보편적인 것(V239)인 것이다.
『판단력비판』 뿐만 아니라 제1비판과 제2비판을 포함하는 칸트의 저작 전체를 하나의 의미로 관통하는 이러한 보편성은 경험적, 통계적 종합으로 달성될 수 있는 일반성과는 다른 것이다. 칸트가 보편성을 이야기할 때마다 그것이 선험적으로 정초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단언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보편은 경험적 예외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칸트에게 보편성은 필연성과 같은 말이다. 보편적인 것은 필연적이고 필연적인 것은 보편적이다.
그런데 이러한 필연으로서의 보편, 보편으로서의 필연은 그 본성상 감정에 기초해야만 하는 미감적 판단과 관련하여 『판단력비판』에서만 제기되는 특수한 문제를 발생시킨다. 칸트의 철학체계에서 감[각]은 보편적 규칙들을 표명할 최소한의 능력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V293)은 굳이 문헌상의 근거를 일일이 제시하지 않아도 자명한 것으로 전제할 수 있다. 감각은 보편적일 수 없다. 그런데 분명 감각sensus으로 명명되고 있는 공통감은 보편을 담보해야만 한다. 이러한 딜레마로부터 제기되는 문제, 곧 감각 혹은 감정이 어떻게 보편적일 수 있는가가 바로 칸트의 미감적 판단이론이 대결하고 있는 문제이다. 그러므로 공통감의 가능성 내지 근거의 해명은 취미판단의 연역과 같은 과제이며, 과연 공통감을 전제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취미판단이 가능하냐의 문제와 다른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칸트에게 공통감은 감정의 보편적 전달가능성이라는 취미판단의 특유성의 다른 이름이며, 반대로 취미는 일종의 공통감이다(§40).
취미판단이 주장하는 보편적 전달가능성, 곧 공통감을 근거짓기 위해 칸트가 취하는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하나는 미감적 판단력 비판의 제1절 미감적 판단력의 분석학에 나타나는 것으로, 일종의 인식론적 논변이라 할만하다. 이 논변의 골자는, 취미판단으로부터 유래하는 쾌의 감정은 지성과 상상력이라는 인식력들의 자유로운 합치의 결과인데, 인식이란 보편적으로 전달가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므로 인식이 가능하기 위한 주관적 조건인 저 마음 능력들의 합목적적 관계 또한 전달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론적 논변은 두 가지 문제를 갖고 있는바, 첫째는 인식이 전달가능하다는 사실이 인식 조건의 전달가능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무엇이 그러한 능력들의 자유로운 일치를 가능하케 하는가, 즉 능력이론적 의미의 공통감을 가능케 하는 것은 무엇인가가 설명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도덕철학적 논변이라 명명할 수 있을, 제2절 미감적 판단력의 변증학에서의 논의를 통해 해결된다. 여기서 칸트는 우리의 모든 인식능력들을 부합시키는 것이 우리의 자연본성의 예지적인 것에 의해 주어지는 최종의 목적(V344)이며 이 자연본성은 어떠한 지성개념도 거기에 닿을 수 없는, 바꿔 말해 오직 이성개념, 곧 이념만이 닿을 수 있는 초감성적 기체(基體)인바, 바로 여기에 우리의 모든 선험적 능력들의 합일점(V341)이 존재한다고 선언함으로써 비로소 저 능력들의 자유로운 일치, 곧 공통감의 근거를 논한다. 인식론적 논변에서 논의되었던 인식 일반을 위한 조건이란 결국 능력들의 일치이며 이 일치는 초감성적 기체에 존재하는 합일점을 통해서만 가능하므로, 그 초감성적 기체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마음의 능력인 이성 없이 취미판단은 가능하지 않다. 초감성적인 것에 대한 순전한 순수한 이성개념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취미판단의 보편타당성에 대한 요구주장은 구출될 수 없을 것이다(V340)라는 칸트의 단언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취미판단의 보편타당성, 곧 능력들의 자유로운 일치로서의 공통감을 궁극적으로 근거짓는 우리 마음의 능력은 이성, 그것도 실천이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실천이성, 이성의 실천적 관심의 규정력은 비단 취미판단뿐만 아니라 숭고한 것에 대한 판단, 자유와 자연의 매개, 천재에 의한 예술작품의 생산 등 미감적 판단력 비판의 다른 테마들에서도 확고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성의 실천적 관심은 부분적인 맥락이나 국부적인 논증구조가 아니라 미감적 판단이론 전체, 그리고 우리의 주제인 공통감을 지배하고 있다. 칸트에게 공통감은 그 궁극적 차원에서는 실천적 관심 하에 이루어지는 이성의 자기동일성 확인, 이성의 자기 자신으로의 복귀, 다시 말해 오직 단 하나의 이성이 있을 뿐이라는 사실에 대한 단언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의미의 공통감은 비단 미감적 판단 이론에만 국한된 개념도 아니다. 이성을 궁극적 규정근거로 하는 마음 능력들의 합목적적 관계로서의 공통감은 칸트 철학 전체의 기초에 놓여있는 근본개념이다. 공통감이 칸트의 철학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이념으로 그토록 중요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판단력비판』 이전에는 결코 별도로, 주제적으로 다루어진 적이 없으며, 『판단력비판』에서도 형식상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지 않고 있는 것은, 공통감이 중요치 않아서가 아니라 칸트에게 그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칸트에게 자기의식은 궁극적으로 동일한 것이고, 이성의 이성 자신과의 합치는 당연한 것이다.
이러한 발생근거와 배경을 갖는 칸트의 공통감 개념은 사회성을 단순히 경험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인간 마음의 능력이라는 관점에서 다룬다는 측면에서 강점을 갖는다.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으로 사람들이 함께 느끼고 생각하고 소통한다는 경험적 사실을 단순히 확인하는 데 만족한다면, 즉 공통감을 그저 현실적으로 주어져 있는 것으로 여긴다면 그것에 대한 사유는 불필요할 것이다. 우리가 애써 고민하지 않아도 그것은 그 자리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공통감을 사회․역사적으로만 읽는 것은 설명되어야 할 것을 전제하는 일이다. 공통감은 어떻게 인간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되는가, 사회는 어떻게 사회가 되는가가 설명되어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공통감에 대한 사회적․역사적 이해는 능력이론적 이해에 근거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그 성패를 떠나, 공동체적 감각으로서의 공통감을 우리 마음의 능력들에 대한 탐구를 통해 정초하고자 했던 칸트의 기획은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그러나 칸트는 공통감의 궁극적 근거에 이성을 두고, 그리하여 필연적 보편을 전제함으로써 자신의 기획이 갖는 힘을 적잖이 축소시켰다. 공동체적․사회적 삶에는 필연적 보편을 전제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 무수한 문제들이 존재한다. 목적론적으로 필연적 보편을 전제하는 것은 오히려 구체적이고 역사적인 맥락을 무시하거나 억압할 위험성을 품고 있다. 그러므로 궁극적으로 필연적 보편의 다른 이름인 칸트의 공통감 개념이 사회․정치철학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일부 이론가들의 기대는 일정한 이론적 보완 내지 수정을 거치지 않고는 충족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통감 개념의 사회철학적 확장을 위해서는, 경험적 사회성을 확인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주관의 능력을 탐구하려 했던 칸트의 기획을 계승하되, 목적론적 보편의 구도를 벗어나 사회를 사고할 수 있도록 해줄 새로운 근거에 대한 모색이 필요할 것이다.
This thesis aims to consider the social philosophical implication of Kants concept of Sensus Communis critically. Though Kant recognized the social nature of judgment of taste well before writing Critique of Judgment, he couldnt be sure of the possibility of its transcendental foundation. Sensus Communis(Common Sense) is the concept introduced for the transcendental foundation of social nature or sociality of judgment of taste, and this sociality founded on the transcendental basis, namely, transcendental sociality, is the same thing as universality which the first and the second Critique have addressed. In the final analysis, it is practical interest of reason, in other words, practical reason that enables Sensus Communis, that is, transcendental sociality, to have such a foundation. Consequently, for Kant, aesthetic community is fundamentally grounded in the scheme of moral teleology.
This kind of argument about sociality of aesthetic judgment can have significance in terms of social philosophy in that it is not content with empirical and realistic identification of the common among human beings, but goes on to explore it at the level of principle, faculty of mind. In short, social philosophical significance of Kants concept Sensus Communis lies in that it asks how a society becomes a society, how Sensus Communis becomes Sensus Communis, and what faculty of mind makes a society a society, Sensus Communis Sensus Communis.
By taking the principle of Sensus Communis, formation of society, onto the terrain of univeral confined in the teleological scheme, however, Kant fails to deal with substantial and historical differences in the society. Even the works in which Kant directly addresses history and society are invested with teleological significance. Thus we might say, on one hand, universal or universality allowed Kant to investigate society at the fundamental level of faculty of mind, but on the other, it had the potential danger of leaving that fundamental investigation locked in the narrow cage of teleology. So the task of a new theory of Sensus Communis is not just to succeed to Kants project but to go beyond the limit of the projects teleological nature.
Language
kor
URI
https://hdl.handle.net/10371/171511

http://dcollection.snu.ac.kr:80/jsp/common/DcLoOrgPer.jsp?sItemId=000000003402
Files in This Item:
There are no files associated with this item.
Appears in Collections:

Altmetrics

Item View & Download Count

  • mendeley

Items in S-Space are protected by copyright, with all rights reserved, unless otherwise indicated.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