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부패에 대한 개인의 인식이 부패의향에 미치는 영향-부패인식과 부패의향의 인과관계에서 관행수용도의 매개효과를 중심으로-

Abstract

오늘날 공직사회의 부패문제는 고질적인 사회 병폐로 국민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매년 실시하는 부패인식도조사에 의하면 부패현상에 대한 응답자들의 인식은 지속적으로 개선되어왔지만, 여전히 절반 이상의 국민들이 공직사회는 부패했다고 응답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공무원 전체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관행을 고착화시켜 부패가 근절되기 어려운 사회 분위기를 형성시키는 등 결과적으로 국민 모두가 지불해야 할 사회적 비용이 커지게 된다. 따라서 부패문제를 개인의 윤리적 책임이나 통제 제도를 강화하는 것에만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 사회에 퍼져있는 만성적인 부패인식에 초점을 맞추어 부패인식이 사람들의 태도와 행동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간의 부패인식도자료에 근거한 연구는 부패수준을 측정하고 그 추이를 파악하는 데만 관심을 기울였을 뿐, 그러한 인식이 실제 부패에 대한 개인 태도와 행동에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지 않았다. 본 연구에서는 분석의 대상을 공무원과 자주 접하는 민간인(중소기업자 및 자영업자)으로 범위를 한정하고, 구체적인 부패사례에 대한 경험유무와 더불어 부패의향의 정도를 측정하여 보다 현실적이고 진실된 응답을 바탕으로 분석하고자 하였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의 부패에 대한 인식과 판단이 실제 부패행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인식을 심각성 인식과 만연도 인식으로 나누어 부패가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정도와 만연해있다고 인식하는 정도가 부패의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것이다. 또한 인식과 의향의 관계에서 관행수용도를 매개변수로 하는 매개효과를 분석하여 부패인식이 어떠한 경로를 통해 부패의향에 영향을 주는지를 분석하였다.

자료 수집을 위해 조달청에서 주최하는 2012 코리아 나라장터 엑스포에 참여하는 153개의 공공기관 납품 업체 관계자와 방문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하였다. 설문지는 공직부패의 심각성, 빈번도, 기대 이익, 관행수용도, 필요성, 의향 및 경험에 대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공직사회에서 관행으로 여겨지는 세 가지 유형인 금품 · 향응 제공, 알선 · 청탁, 촌지로 나누어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질문에 응답하도록 설계하였다.

회귀분석 결과, 부패에 대한 심각성 인식, 만연도 인식은 관행수용도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수임이 확인되었고, 관행수용도 또한 부패의향에 영향을 미치는 유의한 변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심각성 인식과 만연도 인식은 각각 부패의향에 상반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즉, 심각성 인식이 높을수록 부패의향이 낮아졌지만, 만연도 인식은 높을수록 부패의향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패인식이 부패의향에 미치는 총 효과는 인식의 종류와 상관없이 유의한 결과가 도출되었지만, 심각성 인식의 경우 총 효과가 매개효과에 의해서만 설명되고 직접효과에 의해서는 설명되지 않는 차이가 있었다. 즉, 심각성 인식은 전적으로 매개변수에 의해서 부패의향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고, 만연도 인식은 부분적으로 매개변수에 의해 부패의향으로 이어졌다.

본 연구는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반부패 정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어떠한 인식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비록 제한적이기는 하나, 부패를 통제하기 위하여 공무원을 대면하는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경험적 근거를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연구의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