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가 앨런 포 『고자질하는 심장』에 의한 독주 하프를 위한 환상적 발라드>(1912)의 분석 및 해석적 고찰

Abstract

본고는 앙리에트 르니에(Henriette Renié, 1875-1956)의 <에드가 앨런 포의 단편 소설 『고자질하는 심장』에 의한 독주 하프를 위한 환상적 발라드>(1912)의 작품 분석과 연주 해석에 관한 논문이다. 표제적으로 반복되는 주요 동기들을 통해 소설의 극적 구조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면서도 기교적으로 작곡된 이 작품은 르니에의 주요작품경향으로 꼽히는 문학성과 환상성의 조화를 보여줌과 동시에, 그의 작곡기법과 하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작곡된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르니에는 프랑스의 하피스트 겸 작곡가로 근·현대 하프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갖는 예술가이다. 그의 작품들은 연주 경험을 토대로 하프의 주법적인 통찰과 다양하고 풍부한 하프의 음색적 활용, 성숙된 작곡기법이 복합되어 현대에 이르기까지 하프 문헌에서 필수적인 레퍼토리로 인정받아왔다. 그 중에서도 <환상적 발라드>는 르니에의 문학에 대한 관심이 특히 잘 드러나 음악내적·음악외적으로 다각적인 해석이 요구되기에 이 작품에 나타나는 음악과 문학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더욱이 이 작품과 유사한 특징과 길이, 연주 난이도를 갖는 르니에의 다른 작품들의 경우 학위논문과 학술논문이 존재하는 것에 반해 이 작품은 『미국 하프 저널』(The American Harp Journal)에 실린 작품 해설 외에 학술적 결과물이 없는 현황으로 학문적 연구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환상적 발라드>에서 르니에는 작품 전체에 걸쳐 특정 동기들을 지속적으로 변형하는 방식, 즉 일종의 주제변형기법을 사용하여 소설에서의 이야기 전개를 음악적으로 들려주고 있다. 이 동기들은 에드가 앨런 포의 『고자질하는 심장』의 등장인물, 인물의 감정 혹은 상황을 보여주며 지속적으로 변형되어 작품 내에서 유기성과 통일성을 구축한다. 이러한 표제성, 그리고 동기의 지속적인 변형과 더불어 르니에가 구사하는 하프에 특화된 주법적 방식 역시 주목할 만하다. 하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구를 바탕으로, 그는 <환상적 발라드>가 연주 기술적 측면에서 고난도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연주자가 겪는 기술적 어려움을 완화시켜 작품의 표현적 측면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본고에서는 이 작품을 음악내적·음악외적 측면에서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소설과 음악을 결합하여 설명함으로써 이를 토대로 하는 필자의 해석적 관점을 제안한다. 본고는 5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먼저 Ⅱ장에서는 르니에의 전반적 생애와 작품 경향, 그리고 하피스트로서 그의 업적을 다룬다. 또한 하프 역사에서 르니에의 성취에 대해 논하기 위하여 하프의 간략한 역사적 흐름과 그 안에서의 주법적 방향, 르니에가 남긴 하프 교본에 대한 내용을 살펴본다. Ⅲ장에서는 소설 『고자질하는 심장』과 음악작품 <환상적 발라드>를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한다. 소설의 작가 포의 생애 전반에 대해 알아보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 장은 소설과 작품 개괄로 이어지며, 이후 세 부분으로 작품을 분석한다. 우선 <환상적 발라드>를 음악 자체로 분석하고, 음악에 초점을 맞추어 표제성에 대하여 다룬 후, 마지막 부분에서는 앞선 분석 내용과 하피스트 안 융의 작품 해설을 근거로 하여 소설과 음악을 결합하여 설명한다. Ⅳ장에서는 르니에가 <환상적 발라드>에서 보여주는 하프에 특화된 주법들을 고찰한다. 또한 주법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 하프의 기본적인 주요 주법, 그리고 <환상적 발라드>에 나타나는 특수 주법에 대해 다룬다. 마지막 Ⅴ장은 음원 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엠마누엘 세숀과 산드린 채트론의 연주를 템포와 다이내믹 측면에서 비교 분석하는 전반부와 연주 해석적 방향을 제안하는 후반부로 구성된다. 이 장에서는 앞서 연구한 음악내적·음악외적 내용들을 토대로 하여 음악으로 소설을 들려주기 위한 연주자로서의 해석적 관점을 서술한다. 본 논문에서는 르니에의 하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그로부터 얻어지는 음악적 결과물의 높은 완성도, 그리고 이것들이 작곡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표제적 토대와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계되는가에 대하여 연구하였다. 따라서 본고에서 시도한 작품에의 다각적 접근을 통해 연주자들이 주체적으로 작품을 수용함으로써 다양하고 풍부한 음악적 해석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