雍正年間의 瑞應圖와 西洋畫法

Abstract

본 논문은 청(淸, 1644-1912) 옹정제(雍正帝, 재위 1723-1735)의 재위 기간에 궁정(宮廷)에서 서양화법(西洋畫法)으로 제작된 서응도(瑞應圖, paintings of auspicious-responses)의 기능을 규명한 글이다. 서응도는 군주(君主)가 어진 정치를 베풀면 이에 감응(感應)하여 하늘[天]이 지상에 내린 상서로운 징조(徵兆)를 그린 그림이다. 옹정 연간(年間)에 서양화법은 상서로운 동식물(動植物)이 재현된 서응도에 주로 사용되었다. 필자는 이러한 현상이 아버지인 강희제(康熙帝, 재위 1662-1722)로부터 제기된 상서의 허구성(虛構性) 문제를 옹정제가 의식한 결과라고 주장하였다. 옹정제는 환영적(幻影的, illusionistic)으로 재현(再現)된 서응도를 통해 상서가 사실임을 증명하고자 하였다. 옹정 연간에 궁정에는 상서로운 현상이 다수 보고되었으며 이를 기념한 서응도 역시 다수 제작되었다. 이 시기에 옹정제가 제작한 서응도는 제작 목적에 따라 크게 네 종류로 나뉜다. 첫 번째로 옹정제는 자신의 황위(皇位)를 정당화하기 위하여 서응도를 제작하였다. 옹정제는 〈취서도(聚瑞圖)〉, 〈사서경등도(四瑞慶登圖)〉, 〈병화도(甁花圖)〉를 통해 자신의 황위가 아버지인 강희제의 동의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시각적으로 드러내었다. 두 번째는 옹정 연간에 시행된 농업정책의 성과를 보여주는 서응도이다. 옹정제는 재위 동안에 선농단(先農壇)에서 행한 제사뿐 아니라 농업정책에 상당히 심혈을 기울였다. 이 시기에 제작된 〈가화도(嘉禾圖)〉, 〈서곡도(瑞谷圖)〉는 이러한 옹정제의 노력이 하늘로부터 인정받은 시각적 증거였다. 세 번째는 만수절(萬壽節)을 기념하는 서응도이다. 옹정제는 만수절과 관련하여 상서로운 현상이 벌어졌음을 기념하는 〈숭헌영지도(嵩獻英芝圖)〉, 〈어원서소도(御苑瑞蔬圖)〉를 제작하였다. 네 번째는 제국의 번영을 드러내는 서응도이다. 옹정제는 〈백준도(百駿圖)〉와 같이 제국의 각 지역에서 헌상(獻上)된 희귀한 진상품들을 그림으로 그리고 이를 상서로 기념하였다. 이러한 서응도는 하늘이 옹정제의 치세에 감응한 결과를 보여주는 시각물이었다. 옹정 연간의 서응도들은 예수회(Jesuit) 선교사인 주세페 카스틸리오네(Giuseppe Castiglione, 중국명 郞世寧, 1688-1766)와 사신화가(詞臣畫家)인 장정석(蔣廷錫, 1669-1732)을 비롯하여 당시 서양화법을 구사할 수 있는 궁정화가들에 의해 제작되었다. 서양화법이 궁정에 도입된 것은 강희 연간이었으나 본격적으로 유행하게 된 것은 옹정 연간이었다. 강희 연간의 서양화법은 사물을 궁구(窮究)하는 강희제의 고증학적인 태도에 영향을 받아 제국의 각 지역에서 자라는 동식물을 표본처럼 묘사하는 데 주로 사용되었다. 반면에 옹정 연간의 서양화법은 그림 속 대상을 실물과 유사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상서가 마치 눈앞에 실재하는 듯한 환영적 시각효과를 창출해 내었다. 옹정 연간에 제작된 서응도에 서양화법이 적극적으로 활용된 것은 상서가 사실이라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던 옹정제가 상서가 거짓이라는 강희제의 비판을 의식한 결과였다. 상서가 조작된 것이라는 강희제의 의심은 상서를 통해 강희제로부터 이어지는 황위의 정통성을 드러내고자 하였던 옹정제에게 큰 정치적 부담이었다. 강희제는 생전에 몇 차례에 걸쳐 상서가 거짓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옹정제는 이를 명확히 의식하고 있었으며 이 때문에 옹정 연간에 발생한 상서가 사실임을 증명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서양화법이 적극적으로 활용된 서응도는 상서를 살아 있는 듯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상서가 사실임을 시각적으로 증명해 주었다. 이를 통해 옹정제는 자신이 상서를 과시하거나 과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주장할 수 있었다. 그런데 상서가 서응도로 그려질 때는 전통적인 길상화(吉祥畫)의 도상(圖像)이 차용(借用)되었다. 이는 궁정에서 서응도가 제작될 때 서응도의 상서로운 기능에 맞게 그림 속의 대상이 재구성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서응도는 단순한 시각적 기록물의 차원을 넘어 상서로운 효험(效驗)을 지닌 그림으로 제작되었다. 현대인의 관점에서 상서와 이를 시각화한 서응도는 현실 조작에 가깝다. 그러나 상서에 대한 깊은 신뢰를 가진 옹정제는 서응도 역시 실제 상서와 같은 효력을 지닌다고 믿었다. 이 과정에서 서양화법으로 제작된 서응도는 상서를 사실적으로 생생하게 묘사하여 상서가 진실임을 드러냄으로써 그 효험을 배가시켰을 것으로 생각된다. 즉 옹정 연간에 제작된 서응도는 황제로서 옹정제의 정치적 고민과 사인(私人)으로서 그가 지닌 상서에 대한 강한 신념이 복합적으로 얽힌 그림이었다.

This study explores the function of Western pictorial techniques in auspicious-response paintings (ruiying tu) produced at Yongzhengs (r. 1723-1735) court. The emperor Yongzheng often used auspicious phenomena as political tools for legitimizing his accession to the throne and his policies of centralizing control over the Qing empire. In this process, he commissioned from Giuseppe Castiglione (1688-1766) and Jiang Tingxi (1669-1732) a series of auspicious-response paintings that depicted miraculous flora and fauna growing all over the empire, from the imperial garden to newly reclaimed lands. Yongzhengs obsession with auspicious responses sharply contrasts with his predecessors critical views on it. The emperor Kangxi (r. 1662-1722), in fact, not only denied the efficacy of these portents but also suspected the political intents and purposes of the people who reported them to him. By analyzing auspicious-response paintings of the Yongzhengs reign, such as Propitious Grains (Jiahe tu) by Castiglione and historical records related to auspicious phenomena, this dissertation explores how the emperor Yongzheng, clearly aware of his fathers skepticism, resorted to Western illusionistic techniques to prove the authenticity of the auspicious ev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