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규범의 내재화 연구

Abstract

In order for the norm to be internalized, it is necessary for actors affected by the norm to confirm the meaning or content of the norm. In the process of norm internalization, conflicts between external norms and domestic cultural distinctiveness may arise Then, norm entrepreneur may try to persuade the executive, the legislative, and public opinion by reinterpreting the meaning or content of norms. This paper describes the pattern of norm contestation concerning the conflict between external norms and domestic cultural distinctiveness by analyzing the case of accepting the norm of conscientious objection to military service in Korea. It also explains that a phase of the norm contestation can be changed and internalized by norm entrepreneurs. In the early stage the norm contestation, the security situation of the Korean peninsular and the public perception of military service collided with the conscientious objection. However, the phase changes over time and the norm is internalized. This paper argues that norm entrepreneurs was able to bypass the domestic backlash and opposition by reinterpreting the frame and claim of the conscientious objection to military service. However, in this process, the meaning of norms was interpreted somewhat differently from international norms. Through this analysis, this paper contributes to the research program regarding variations in the results of norm internalization that cannot be captured by the existing norm diffusion model.

국제규범이 개별 국가로 유입될 때, 정부나 국회, 여론, 시민단체 등 다양한 행위자는 규범 수용 여부에 관한 논쟁에 참여한다. 그리고 이들 행위자의 규범 수용에 관한 태도와 그에 따른 규범 논쟁 양상은 수용 국가의 문화나 규범 체계와 같은 개별 국가의 특수성의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외부의 국제규범의 규범적 당위성과 규범이 요구하는 행동이 수용 국가의 문화나 규범체계와 충돌할 경우, 정부나 국회, 여론 등의 거센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 반면, 같은 규범일지라도 수용 국가의 문화적 특수성과 상충하지 않는다면 전혀 다른 결과를 보일 수 있다. 본 연구는 양심적 병역거부 규범의 국내 유입 및 내재화에 관한 사례를 통해 외부 규범의 국내 내재화 결과가 국내 문화적 특수성에 의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이고자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의 권리는 1970년대 아파르헤이트 운동을 계기로 평화 추구의 권리와 양심의 자유 보장 차원에서 국제규범화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80년대 UN 인권위원회의 지속적인 결의를 통해 구체화되었다. 한국의 경우, 징병제가 시행된 1950년대부터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존재해왔다. 하지만 이들의 존재는 1990년대 후반, 양심적 병역거부 규범이 국내 인권운동가와 관련 시민단체에 의해 국내로 유입되면서부터 주목받았다. 하지만, 규범 유입 초기 남북분단이라는 안보 상황과 병역의무의 중요성이라는 한국의 특수성 속에서 양심에 따라 군대를 가지 않을 권리를 인정해달라는 규범 수용 시도는 정부와 국회, 그리고 여론의 강한 반대에 직면하였다. 이에 인권 및 평화운동 시민단체들은 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처벌 완화 차원에서 대체복무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하였다. 2000년대 이후, 정부와 국회, 그리고 여론은 군대를 가지 않을 권리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이었으나 소수자에 대한 배려의 필요성에 조금씩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규범 논쟁이 시작된 지 약 20여 년이 흐른 2018년 6월, 헌법재판소는 대체복무제를 병역 이행의 한 방법으로 명시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이후 국회와 정부의 입법 논의를 거쳐 2020년 대체복무제가 실시되었다. 본 논문은 이러한 규범에 관한 국내 행위자들의 논쟁 양상의 변화 과정을 기술하고 그 변화 원인으로 규범주창자의 규범 수용 방식을 주목한다. 국내 양심적 병역거부 규범 수용 과정에 있어, 인권 및 평화운동 단체들은 해당 규범에 대한 국내 반발을 우회하기 위해 소수자 배려라는 새로운 의미를 도출하였다. 이를 통해 국내 행위자들의 태도를 점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으나, 한편으로는 내재화된 규범의 의미와 내용이 본래에 비해 제한되었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본 논문의 분석은 군사력이나 경제력 등 물질적 요소와 더불어 국제사회에서 공용될 수 있는 규범과 가치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현대 국제정치적 배경 속에서 국제규범, 특히 인권규범이 개별 국가로 어떻게 수용되고 그에 따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주었다는 의의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