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렐(Bénédict A. Morel: 1809-1873)의 퇴행이론과 인간과학의 기획

Abstract

이 연구의 목적은 프랑스의 정신과의사 모렐(Bénédict Augustin Morel: 1809-1873)이 1857년 제시한 퇴행(dégénérescence) 이론이 등장하게 된 지적 배경을 탐구하고 이를 통해 모렐의 퇴행이론의 실천적 특성을 파악하는 데 있다. 퇴행이론의 주된 요지는 인간의 여러 신체 및 정신질환의 원인은 퇴행에 있으고, 퇴행은 세대를 거치며 악화되어 가며, 이는 대부분의 경우 불가역적이라는 데 있다. 퇴행이론에 대한 모렐의 대표작『인류의 신체적, 지적, 도덕적 퇴행에 대한 개론 (Traité des dégénérescences physiques, intellectuelles et morales de lespèce humaine et des causes qui produisent ces variétés maladives)』(1857)에서 그는 신체 및 정신질환을 일으키는 퇴행을 원인에 따라 분류하고, 이 원인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퇴행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의 원인 분류체계의 한 축이었던 복합 원인(cause mixte)은 산업화 및 도시화가 진행되는 19세기 프랑스의 여러 환경적, 사회적 위생학 문제를 포괄하고 있었다. 이 연구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퇴행이론이 여러 사회적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수단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키고 인류의 신체적, 지적, 도덕적 영역에서의 재생을 추구할 수 있게 하는 바탕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모렐의 기획은 정신과의사와 마찬가지로 사회 변혁에 적극적이던 19세기 전반기의 기독교 사회주의자와 위생학자의 활동과 비교될 수 있는데, 이러한 일련의 학자들의 연구와 함께 고려해 본다면, 모렐의 퇴행이론은 계몽시대로부터 시작하여 인간과 사회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고자 하였던 인간과학의 일부로 간주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1848년 2월혁명 이후 프랑스 사회의 진보에 대한 낙관적 열망은 사그라들어갔지만, 1857년 모렐의 퇴행이론은 그럼에도 낙관주의적인 색채를 띠고 있었다.

The main objective of this study is to investigate the intellectual background behind B. A. Morels degeneration theory and thereby grasping the practical side of it. The theory argues that the principal causes of mental diseases are degeneration, whose symptoms irreversibly aggravate from generation to generation. Morel claims in his principal work, Treaty of Physical, Intellectual and Moral Degeneration of Human Species and upon the Causes which produce these Morbid Varieties (1857). that by identifying several agents causing degeneration, one can establish nosologic criteria, which could be used to differentiate mental diseases and to prevent them on a social level. One of his original ideas is mixed causes, which encompass several physical and moral hygienic problems of the industrializing and urbanizing French society. This study illustrates that the degeneration theory worked not only as means to explain the early 19th century social issues in France, but also as a way to incite societal change and to seek the physical, intellectual and moral regeneration of the entire human race. Morels objective can be compared with other physicians such as social Christian doctors and hygienists of the same era, who were also passionate in guiding the French society with revolutionary zeal. They were a part of the human science tradition, stemming from Enlightenment scholars whose main aim was the construction of ideal society by enlightening the people. Although the aftermath of 1848 revolution made French society somewhat pessimistic about its future, one can still find in Morels degeneration theory the remnants of optimism which started from the Enlightenment peri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