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자네트워크 이론 관점에서 바라본 군사교리의 발전과 전파 - 1970~80년대 미군 공지전 교리의 등장과 NATO의 수용 양상을 중심으로 -

Abstract

본 연구는 행위자네트워크이론(ANT)의 시각에서 군사교리가 개발되고 전파되는 과정을 분석한다. 특히 정보혁명 초기, 새롭게 부상하는 정보기술을 활용한 혁신적 군사교리인 미 육군의 공지전(AirLand Battle) 교리가 어떻게 기존의 교리를 대체하고 영국·서독 등 다른 나토 국가들에게까지 전파되었는지를 살핌으로써, 흔히 4차 산업혁명으로 통칭되는 기술적 변화를 맞이하여 각종 미래전 구상이 범람하는 오늘날에 있어서도 중요한 함의를 찾고자 한다. 본 연구의 핵심 주장은 다음과 같다. 군사교리의 발전과 전파는, 그 교리에서 다루어지는 다양한 행위자들, 심지어 기술이나 지형과 같은 비인간행위자까지 모두 참여하는 복잡한 과정이다. 이전의 많은 이론이 상정한 것처럼 군사기술의 우위나 교리의 정교함, 높은 안보위협 등의 변수 외에도, 교리 그 자체가 구성되는 방식에 따라 교리가 성립하고 또 전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쟁을 통해 실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미국의 첨단 군사기술을 배척하는 듯한 양상을 보이면서도 결국 수용하게 된 서유럽 국가들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공지전 교리는 전장에 대한 실시간 감시와 장거리 정밀유도무기를 이용한 타격 등, 걸프전 이후 미군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지는 작전 방식을 처음으로 제시한 교리였다. 그러나 냉전 종식 이후 걸프전으로 그 위력이 입증되기 전에도 나토 국가들은 미검증된 교리를 경계하면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ANT의 시각은 이 현상에 대해 유효한 관점을 제공해줄 수 있다. 모든 행위자를 네트워크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ANT에 따르면, 군사교리 역시 다양한 행위자들로 구성된 네트워크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네트워크는 끊임없는 관계망의 재편, 즉 번역(translation)에 노출된다. 이 번역의 과정에서, 새로운 참여자가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의무통과점(obligatory passage point)이 적절히 설정될 경우, 네트워크는 계속해서 새 행위자를 끌어들이며 확장될 수 있다. 이 글은 공지전 교리의 성공적인 전파가 이러한 사례라고 분석한다. 즉 공지전 교리는 미군과 나토가 처한 재래식 군사력의 열세를 만회하고자, 적 후방을 정밀하게 타격하기 위한 기술체계를 구상하였으며, 이는 다양한 기술이 한데 엮여 체계들의 체계(system of systems)를 구성하는 형태로 구현되었다. 이는 공지전이 내세우는 첨단기술 위주의 발상 전환에 대해 우려와 불만을 품고 있던 유럽 국가들로 하여금 종래의 입장을 벗어나 공지전이 제시하는 미래전 구상에 따르는 결과로 이어졌다. 교리의 발전과 전파를 기술의 발전에 따른 당연한 현상으로 바라보는 기존의 연구들은, 군사기술을 중립적·외재적 변수로 상정함으로써, 이러한 복잡한 현상을 살피는 데 한계를 드러낸다. 과거 정보혁명 시기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첨단기술이 세계정치의 전면에 등장하는 오늘날, 네트워크적 관점에서 각양각색의 미래전 구상을 분석하고 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AirLand Battle was an innovative military doctrine developed by the U.S. Army in the mid-1970s and fully promulgated in the early 1980s. Airland Battle, being the first among US military doctrines that harnessed the potential of emerging technologies, laid backbones of modern US military doctrine, emphasizing the importance of real-time battlefield intelligence and use of long-range, precision munitions. As AirLand Battle replaced its predecessor, Active Defense, it also became the source of significant doctrinal change in NATO, causing much controversy during the early 1980s. While AirLand Battle itself, and the concurrent American military innovation in general - the second offset - are now hailed as an example of successful military innovation, little attention has been paid to the question of why and how it influenced NATO military doctrine so much. From the contemporary view, AirLand Battle was an unproven doctrine that relied on equally unproved technologies. However, after initial controversies, European NATO members soon integrated various elements of AirLand Battle into national and regional defense policy, adopting new weapon technologies and/or bringing upon significant changes on their military posture. This study argues that, the driving force behind the diffusion of the new doctrine was not the alleged superiority of new military technology or rise of conventional security threat, but the way itself the doctrine was formed. Actor-Network Theory (ANT), which views all actors and ideas as complex networks of other human and non-human actors, can provide a useful insight into the process. According to ANT, all networks are always subject to translation, or reconfiguration of the relationship and roles of the actors. If an actor manages to set an obligatory passage point that every other actor in the network must go through as a starting point of translation, the resulting network may expand itself, continuously enrolling new members. This study argues that the development and diffusion of military doctrines can be understood as such process of translation. AirLand Battle doctrine sought to offset numerical inferiority of US conventional military forces, and focused on deep strike that utilizes emerging technologies. The result was the system of systems that encompassed various technologies, which acted as the obligatory passage point of the whole doctrine network. As a result, once unproven and unreliable technology became the new solution for the problem of future warfare and conventional deterrence in Europe. This approach, based on ANT, reveals the complex interaction between technology, weapons, military and government surrounding military doctrin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