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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문학의 '실낙원 의식'에 관한 연구 : A Study of Yi Sangs Literary Works in Relation to his Paradise Lost Menta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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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김현진

Advisor
방민호
Issue Date
2022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이상실낙원최저낙원유토피아적충동이미지의중첩낙원상
Description
학위논문(석사) -- 서울대학교대학원 :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2022. 8. 방민호.
Abstract
이 논문은 이상 문학에 나타난 실낙원 의식에 관하여 고찰하고 작가 이상이 제시한 낙원상의 독창적 특성에 관하여 연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상 사후부터 현재까지 수없이 많은 이상 연구가 이루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문학에 내재된 희망과 소망의 꿈에 관한 연구는 매우 드물다는 문제의식에서부터 본고의 논의는 출발한다. 본고는 이상의 실낙원 의식이 그의 역사 비판 의식과 밀접한 연관성을 맺고 있는 것이었음을 밝히고자 한다. 이와 같은 본고의 시도는 이상 문학을 추상적이고 실험적인 언어의 기교나 의미 부재의 난해함으로 치부해 온 기존의 고정관념에 재고를 요청한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이상의 실낙원 의식은 전통적인 기독교의 정신과는 그 결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서양의 기독교 문화에서 실낙원 의식은 인간의 원죄를 바탕으로 하여 신의 섭리로 돌아가고자 하는 시원적(始原的) 열망으로서 이해되어야 한다. 반면 이상의 실낙원 의식은 기독교 사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신이 없는 세계에서의 절망과 인간의 실존(實存)적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에 가깝다. 이상은 자신의 많은 작품에서 기독교적인 모티프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상 문학에서 기독교는 개인적 신앙의 관점에서 작동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종말적인 상태를 설명하기 위한 예술적 방법론으로서 작동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실낙원 의식은 이상 문학을 관통하는 중요한 현실 인식의 방법으로서 이상 문학의 본질적 측면을 보여주는 중심 주제 중 하나이다. 이상에게 현실이란 극복하기 어려운 모순으로 가득 차 있는 실낙원의 세계에 가까운 것이었다. 이상 문학의 중심 주제들은 그의 절망적인 현실 인식에서부터 추동되어 인류 보편의 문제로 나아가고자 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이상은 그의 문학 전반에서 식민지 자본주의의 침투를 비판하며 폭력적 거시 역사의 흐름 전체를 회의하고자 하였다. 이와 같은 이상의 역사의식은 발터 벤야민의 사유와 많은 부분 유사점을 보이나 유토피아의 제시 문제에서 이상은 벤야민과 차별화된다. 이상 문학에는 실낙원의 세계를 초극하고자 하는 유토피아적 충동과 함께 새로운 낙원상이 제시되고 있다. 본고는 이 두 가지 개념을 새롭게 정의해보고자 한다. 먼저 유토피아적 충동은 이상의 초기 문학에서 주로 발현되고 있는 것으로 광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먼 미래의 낙원을 묵시(默示)하고자 하는 특성을 보인다. 이와 구분되는 이상의 낙원상은 현재의 시간 속에서 억압되고 생략된 존재들의 내부에 보존되어 있는 낙원의 편린들로 나타나며 그의 동경행 이후 문학에서 발견할 수 있다.
본고는 이상 문학의 실낙원 의식을 총체적으로 연구하기 위하여 이상 문학의 시기를 초기(1930~1932), 중기(1933~1935), 후기(1936~1937)로 분류하였다. 이상 문학을 창작 연대 순서에 따라 재조명하는 이와 같은 작업을 통하여 본고는 이상 문학에 주요한 두 가지의 시선이 공존하고 있었음을 밝히고자 한다. 그중 첫 번째는 거시적인 세계의 절망을 조감하며 내려다보는 시선이고 두 번째는 미시적인 세계로 하강하여 실낙원적 현실을 직면하는 시선이다. 이상은 시기와 장르에 따라 이 두 가지 시선을 적절하게 혼용하는 양상을 보인다. 본고는 이상이 문필활동을 한 7년의 기간 동안 그의 실낙원 의식이 어떻게 양식적·내용적으로 변모되었는가를 추적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장에서는 이상이 조선총독부 건축과 기수로 일하던 시절 창작된 작품들에서 발견되는 실낙원 의식에 관하여 연구해보고자 한다. 먼저 2장 1절에서는 이상의 첫 작품이자 유일한 장편소설인 『12월 12일』의 내용을 분석하고자 한다. 『12월 12일』은 실낙원 의식의 원상(原狀)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작품이다. 『12월 12일』에서 이상은 신의 존재를 탐구하며 종교적 구원을 갈망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른 나이에 선고받은 난치병(폐결핵)과 가족사적인 불행은 이상의 실낙원 의식을 심화시키는 기제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배경에도 불구하고『12월 12일』은 단순한 자전적 기록이라고 보기 어려운데, 그 까닭은 이상의 관조적인 시점 때문이다. 2장 1절에서는 이상이 세계의 실낙원을 포착하기 위하여 도입한 이 관조하는 시선이 그의 첫 작품 안에서 어떻게 시작되고 있는지 탐구해보고자 한다.
2장 2절에서는 의주통 공사장에서 기록된 작품들에 대한 세부적인 분석을 통하여 이상의 예술가적 자의식 형성과 그 과정에서 추동된 유토피아적 충동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이상의 「얼마 안 되는 변해」는 조선총독부 전매청 낙성식 현장에서 눈물을 흘리며 달아나는 주체의 정신 풍경을 시적 서술로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예술가로서의 이상의 사명감이 강하게 나타나 있다. 「얼마 안 되는 변해」와 비슷한 시기에 창작된 「황」 연작에서 이상은 특유의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광대한 인류의 시간을 조감(鳥瞰)한다. 이 작품에서 그는 먼 미래의 유토피아적 풍경을 봄의 이미지로 표상하고 있다. 2장 2절에서는 이상의 초기 문학에 나타나는 이와 같은 유토피아적 충동에 관하여 상세히 연구해보려 한다.
3장에서는 이상이 본격적으로 문단에 등장하여 문필활동을 시작하였던 중기 문학에 나타난 실낙원 의식에 관하여 분석해보고자 한다. 3장 1절에서는 이상의 「오감도」 연작에 내재되어 있는 역사 비판 의식에 관하여 연구해보고자 한다. 「오감도」 연작은 거울 세계로 표상되는 종합된 역사의 망령으로부터 탈주하고자 하는 주체의 분투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본고는 「시제5호」, 「시제6호」, 「시제7호」, 「시제10호」, 「시제12호」, 「시제14호」, 「시제15호」에 관한 재해석을 통하여 이상이 「오감도」 연작에서 식민지 근대의 환영과 폭력적 거시 역사를 비판하는 휴머니즘적 태도를 보이고 있었음을 밝히고자 한다.
3장 2절에서는 1935년 8월 집필된 이상의 일문 시 「공포의 성채」에 나타난 가족, 대중, 민족, 인류의 문제에 관하여 재조명해보고자 한다. 이상의 시 「공포의 성채」는 그의 수필 「공포의 기록(서장)」, 「공포의 기록」과 같은 시기에 집필된 작품이지만 두 작품은 내용 측면에서 현격한 차이를 드러낸다. 「공포의 기록(서장)」, 「공포의 기록」에는 이상이 겪은 개인적인 상실과 가족사적인 좌절감이 주되게 표현되고 있는 반면에 「공포의 성채」에는 개인적인 공포감과 절망을 민족과 인류의 문제로 치환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공포의 성채」에서 이상은 자신의 고통스러운 가족사와 개인사를 민족과 인류의 문제로 확장하여 실낙원적 세계의 몰락과 파국을 묵시하는 동시에 민족의 신비한 개화를 기대한다. 이상 문학에서 가족, 대중, 민족, 인류라는 개념이 과연 억압감과 좌절감의 상징이기만 하였는가에 관하여 고찰하는 것이 3장 2절의 주요한 목적이다.
5장에서는 이상의 대표작인 「날개」와 「실화」를 발터 벤야민의 판타스마고리아 개념을 바탕으로 재조명해보고자 한다. 5장 1절에서는 이상의 「날개」를 향한 기존의 평가들을 정리하고 이 작품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보려 한다. 이를 위하여「날개」에 등장하는 세 가지 주요 공간인 33번지, 카페, 백화점의 의미를 근대사적인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이 장소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소비자본주의적 특성에 관하여 밝히고 「날개」의 마지막 장면에 대한 재평가를 시도하는 것이 5장 1절의 목표이다.
5장 2절에서는 이상의 마지막 시기 작품인 「실화」가 동경의 상품 물신주의적 풍경을 고발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음에 대하여 연구하고자 한다. 「실화」와 「동경」은 이상이 목격한 1930년대 신주쿠 번화가의 모습을 카이로스적 시간 속에서 자세히 그리고 있는 작품들이다. 이상은 이 화려한 대도시 한복판에서 충격과 공포에 가까운 슬픔을 느끼게 된다. 이 슬픔의 까닭을 밝히는 것이 5장 2절의 가장 큰 목표이다.
4장에서는 이상의 유고 작품에 해당하는 「실낙원」 연작과 「최저낙원」에 나타난 실낙원 의식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4장 1절에서는 이상의 「실낙원」 연작의 구성과 세잔의 창작 기법 사이에 유사점이 있음에 주목하려 한다. 「실낙원」 연작에서 이상은 여섯 개의 소주제들을 세자니즘적인 방식으로 결합하며 자신이 인식한 실낙원의 현실을 인류적인 문제로 확장시킨다. 4장 1절에서는 이상의 관조하고 내려다보는 시선이 개별적 실낙원의 현실들을 하나의 유기적 총체로 종합하는 과정을 밝히는 일에 집중하고자 한다.
4장 2절에서는 「최저낙원」에 나타난 식민지 공창제의 실낙원적 현실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세계의 불행을 세게 바깥에서 관조하고 있는 「실낙원」 연작과 달리 「최저낙원」은 구체적이고 미시적인 현실의 불행에 집중하고자 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이와 더불어 4장 2절에서는 이상의 창녀 주제 문학들의 흐름이 진행되어온 흐름을 함께 살피며 이상 문학을 미소지니 문학으로 볼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문제를 논의해보고자 한다. 한편「최저낙원」에는 이상의 독특한 낙원상이 제시되어 있는데 이 낙원상은 식민지 자본주의의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던 창녀들의 육체에 보존되어 있다. 4장 2절의 목표는 이상이 이미지의 중첩이라는 미학적 기법을 통하여 거시 역사에 의해 생략된 존재들의 역사를 어떻게 가시화하고 있는가를 밝히는 일에 있다.
요컨대 본고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상 문학이 급진적으로 팽창했다가 결국 미완성으로 중단된 것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꾸준히 변혁을 시도한 것이었음을 밝히는 일이다. 이상의 실낙원 의식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민족과 인류의 아픔에 공명하고자 하는 그의 의지와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이상이 죽음의 문턱 앞에서도 절박하게 기록하고자 하였던 실낙원의 정체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파시즘의 반인륜적인 행태로 나아가는 식민지 자본주의의 공포스러운 민낯이었을 것이다. 이상은 현실의 처참한 어둠을 철저히 기록한 동시에 억압되고 소외된 자들의 내부에 잠재태로 보존되어 있는 낙원의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이상이 제시한 독창적 낙원상은 1930년대 반파시즘 공동전선을 구축하고자 하였던 휴머니즘 추구 작가들의 조류 위에서 다시 한번 재조명될 필요성이 있다. 이에 따라 이상 문학을 그의 실낙원 의식과 낙원상을 중심으로 연구하고자 하는 본고의 작업은 이상 문학의 세계 문학사적 가치를 밝히는 작업에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Yi Sang is one of the most well-known, yet problematic writers in the history of modern Korean literature. He was mainly active during the Japanese occupation of Korea in the 1930s. Since his death in 1937, countless research papers have been written about him. While Yis writings are infamously difficult, important hidden meanings exist within that difficulty. This paper aims to study what can be said to be Yis mentality of a paradise lost present throughout his literary works. Yi lived a short, passionate life, dying at the young age of 27. He was diagnosed with tuberculosis early on in his creative career and therefore suffered from a particularly acute fear of death. Yis early works explored the existence of God and were created with an apparent sense of longing for his own eternal salvation. His first novel, December 12th, is about people suffering under an undeniable fate. Especially in the early days of his work, it can be said that his paradise lost mentality was the result of his personal family history and own unhappiness. Yis uncle was his main patron, and when he passed away Yis health started to deteriorate, which led him to quit his job as an architect and pursue writing full-time. After resolving to become a full-fledged author, Yis paradise lost mentality was developed and expanded upon even further. In his poetry series entitled, Paradise Lost, Yi takes a wider view of the kind of paradise lost which resulted from the commodification of the modern world, implying that despite modernization an ideal vision of the future had not yet arrived. Across his career, Yis paradise lost mentality gradually shifts from the autobiographical to the universal. Through this process, his growing national consciousness and anti-Japanese sentiment also come to the forefront of his works. This idea of a paradise lost shares many similarities with Walter Benjamin, who was Yis contemporary. In fact, a rich interpretation of a paradise lost mentality can be achieved by applying Walter Benjamins concept of the utopian impulse expounded in works like his Arcades Project and Theses on the Philosophy of History. Amongst Yis most representative works, Wings is a novel that can be said to demonstrate how colonial capitalism works to suppress the individual. It depicts the reality of the Joseon Period of Korea, where everything was in the process of becoming commercialized by colonial capitalism, which, in the eyes of Yi, was yet another instance of a paradise lost. His final novel before his untimely death, Shilwha(「失花」), details the feeling of longing that results in commodity fetishism and phantasmagorie. Faced with his impending death, the sort of paradise lost identity that Yi desperately wrote down can be seen to be the terrifying bare face of colonial capitalism distinctly giving rise to fascism over time. On the other hand, Yi differs from Walter Benjamin in how he expresses his notion of paradise. In his poem, The Lowest Paradise(「最低樂園」), he presents a new image of paradise that contrasts with his earlier works. Namely, he uses superimposed imagery to help us visualize the sort of historical narratives of marginalized individuals that have been omitted from history as the result of assuming a macro perspective. With the use of this literary technique, he shows how mankind's new paradise is preserved within the oppressed and marginalized beings of people living in the present.
Language
kor
URI
https://hdl.handle.net/10371/188427

https://dcollection.snu.ac.kr/common/orgView/000000173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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