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cations

Detailed Information

칸트 윤리학에서 나타나는 보편악 주장과 그 극복 방안에 대하여 : On Kants Radical Evil Doctrine and its Two Solutions

Cited 0 time in Web of Science Cited 0 time in Scopus
Authors

이현우

Advisor
김현섭
Issue Date
2022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칸트이성의한계안에서의종교보편악근본악도덕적책임요청이론도덕적이상영혼불멸최고선윤리적공동체
Description
학위논문(박사) -- 서울대학교대학원 : 인문대학 철학과(서양철학전공), 2022. 8. 김현섭.
Abstract
This dissertation deals with Kant's universal evil doctrine and its two solutions in three chapters. The first chapter handles the doctrine. This strong and notorious doctrine consists of two claims: 1) every human being is evil and 2) the ground of this evil, (in Kant's terms) the propensity, is freely chosen. Strangely, Kant, famous for his a priori philosophy, only suggests empirical and tentative reasons. First, he claims that we can acknowledge universal evil because evil actions are omnipresent. Second, since every human being conflates his good actions with good intentions, they should be condemned to evil. Since those two grounds are too weak to sustain the universal evil doctrine, commenters have tried to interpret Kant's strong doctrine as weaker or to find other grounds.
In the first chapter of the dissertation, I establish a firm foundation for the universal evil doctrine. Textually, this alternative ground is based on Kant's short mention of "hidden argument," and I reconstruct the argument from his reference to evil from the propensity of impurity, which has often been neglected. Logically, this argument has two famous Kantian premises: 1) the criterion for judging a person's character is not their outward behavior, but their internal maxim and 2) the maxim, especially the highest maxim, should be considered for all possible situations. If we accept those two premises, then, since there could be an infinite quantity of temptation in some miserable situations, it is necessary to have infinite willpower, that is, willpower that is stronger than any possible temptation, to be a good person. Since it is impossible for real human beings to have such willpower, the universal evil doctrine is inevitable. Surprisingly, however, Kant says that there could be prescriptions for his radical diagnosis in a certain sense, and textually we can find three of them: 1) the omnibenevolent god: a presupposed and unreachable ideal who never has any temptation from any possible situation; 2) the wise man: the allusion of Jesus, an ideal with infinite willpower we can and should rightly hope for; and 3) members of Kant's ideal society: a society in which the highest good has been achieved. Among those three exceptions, since the first type of exception is unachievable for us, the solutions to reach the last two are the objects of the following chapters.
The second chapter inquires about Kant's first and individual solution to evil. If the interpretation of the doctrine of universal evil in the previous chapter is correct, then Kant must suggest a miraculous prescription for each person to earn infinite willpower. By deciphering Kant's enigmatic original text, I present how Kant comes up with the solution to reach there in two stages. In the first stage, I delve into Kant's "Change of Heart." It will be explained that this superficially religious term should be interpreted as the individual effort to reach the mathematical infinity. Also, it is only possible only if we postulate the omniscient god and the immortality of the soul. These two postulates correspond to the divergence condition from linear functions to infinity in mathematics. In order to judge that a linear function diverges to infinity, 1) the length of the x-axis of the coordinate plane on which the function is drawn must be infinite, and 2) the function's slope must be positive. Nevertheless, in the scientific view, since we are mortal beings and our minds are opaque (by Kant), those two conditions cannot be met. Kant escapes this problem by positing transcendent postulates, in other words, taking a noumenal view. First, the length of the x-axis could be infinite if our soul is, unlike our physical body, immortal. Second, even though we cannot directly observe our maxims, so we cannot ascertain the slope of our willpower graph, the omniscient god could. Thus, if the existence of the god is posited, there is at least one observer who can precisely draw the graph of our willpower so the second condition could be met and so can we secure a weak possibility to reach infinite willpower in a mathematical sense. However, it will also be shown that even mathematical infinity is insufficient to overcome evil. Thus, in the next stage, I argue that Kant additionally postulates another type of divine support, named "grace." While the quantity of willpower to overcome evil should be equal to that of an absolute infinite number, a mathematical infinite cannot. This problem leads to the postulate of grace, the divine and merciful judgment of an omniscient god, which regards the mathematical infinity caused by our best efforts as the same as the absolute infinite. Thus, only by combining individual effort (change of heart) and divine support (grace) can we preserve the slight possibility of becoming a good person.
Then, how can we actualize the possibility? The answer, Kant's social solution to this question, is the topic of the third chapter. Kant holds that the duty of the change of heart commands us to incorporate a moral maxim to minimize bad action. He then argues that this can best be achieved in the "Ethical Community," an ideal society where the highest good is realized. In such a society, people would have very little temptation, and their evil deeds would be minimized. However, even with our best efforts, we cannot have the possibility of building the ethical community since the opacity of the mind prevents us from satisfying the condition of the realization of the highest good. The idea of the highest good requires that the distribution of happiness be commensurate with the qualification to be happy, determined by the goodness of people's maxim. However, because of the opacity of the mind, even the best society we can build, the "Political Community," can at best distribute happiness according to people's external actions, not maxim. Thus, to preserve the possibility of the idea of the highest good, the omniscient god who determines the amount of happiness that should be distributed to people, should be postulated again. In addition to this, in order to be able to hope that such distribution of happiness is actually achieved in the real world, the omnipotent god who distributes the deserves, should also be postulated. Only with those necessary assumptions can the human's communal effort to build the political community be represented as an effort towards the ethical community. Thus, we can understand Kant's discussion of universal evil doctrine and its individual, social solutions by postulating the omnibenevolent, omniscient, and omnipotent god.
칸트의 『이성의 한계 안에서의 종교』(이하 『종교』)라는 저서는, 그것이 담고 있는 악에 대한 주장으로 인해 많은 칸트 연구자들에게 있어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러한 논란은 몇 가지로 나누어서 개괄해 볼 수 있다. 먼저 가장 중요한 내용상의 논란은 이 저서에 앞부분에 서술된 칸트의 핵심 주장인 모든 사람은 악하다는 주장을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한 논란이다. 이러한 주장은, 많은 전통적인 해석가들에게서는 결코 칸트가 그에 대해서 정당한 근거를 댈 수 없는 너무 강한 주장으로 여겨져 왔다. 비교적 이 주장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는 현대의 해석가들조차 이 기묘한 주장이 정확히 어떠한 의미로 해석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떠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 심지어 그러한 근거가 있다면 정확히 해당 저서의 어디에서 그것을 찾을 수 있는지 대해서까지 다양한 불일치를 보이고 있다. 또 하나의 주요한 논쟁은, 여기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칸트의 초험적 대상들과 관련된다. 『종교』에서 칸트는 칸트의 종교철학적 대상들, 곧 신과 영혼 불멸, 그리고 신의 조력 등에 대한 논의를 펼치면서도, 동시에 칸트의 후기 저서의 또 다른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인간의 자발적인 도덕적 노력 역시 강조한다. 그리하여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요소들 각각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이러한 초험적 요소들이 어떻게 인식의 한계에서 그러한 요소들을 배제하고자 하였던 칸트의 인식론과 양립 가능한지,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을 기반으로 한 최고선 개념이 이 책에서 혹은 칸트 철학 체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까지도 다루어야 한다. 본 논문은 앞으로 보편악 주장이라고 불릴, 모든 사람은 악하다는 칸트의 문제적인 주장에 얽힌 이러한 문제들을 검토함으로써, 일견 기이해 보였던 칸트의 악에 대한 이 주장과, 이와 연관되어 다루어지는 신, 영혼불멸과 같은 초험적 개념들이 칸트의 철학에서 그의 핵심적인 논의의 귀결과 맞닿아 있다는 점을 크게 세 장으로 구성되는 본문의 논의를 통해 보이고자 한다.
논문의 본문 첫 번째 장은 칸트가 이 책에서 어떠한 근거에서 보편악 주장을 제시하였는지를 탐구하여, 모든 인간은 악하다는, 결코 윤리학자가 주장할 수 없어 보이는 이러한 주장이 정확히 어떠한 근거를 갖는지, 그에 따라 어떠한 의미인지를 분석한다. 이 장은 크게 두 개의 논의로 구성된다. 먼저 전반부의 논의는 보편악 주장이 어떠한 근거로 보편타당한지를 밝히는 데에 집중한다. 우리는 이 탐구의 결과로 보편악 주장은 다음의 두 가지 전제 위에 세워진 주장임을 밝힌다: 곧 1) 사람의 선악을 판단하는 기준은 최상의 준칙이라는 전제와 2) 그러한 준칙은 행위자가 놓일 수 있는 모든 상황에 적용된다는 두 전제에 기반한 입장으로 말이다. 이 두 전제가 참이라면, 어떤 행위자가 선한 사람이기 위해서는, 그의 행위 원리가 그 행위자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들 중 최악의 경우가 닥쳐온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그가 옳다고 믿는 바에 따라 행할 수 있는 무한한 의지력을 가져야 한다는 귀결이 따라나온다. 이러한 무한한 의지력을 가지는 사람은 현실에 없을 것이라는 근거를 통해 보편악 주장은 참이 된다.
첫 번째 장의 후반부 논의는 이러한 보편악 주장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주어질 수 있는 세 가지 예외가 무엇이고, 칸트가 그러한 예외를 직접 언급하고 있다는 점을 살펴봄으로써, 그가 이 악을 벗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음을 문헌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이 후반부에서 악에 대한 세 가지 예외는 다음과 같이 주어진다: 즉, 1) 어떠한 상황이 주어진다 하더라도 그로부터 유혹을 느끼지도 않고, 도덕적인 의지력이 무한하여 결코 도덕에서 벗어날 수 없는 신적인 존재, 2) 평범한 인간과 같이, 불리한 상황에서부터 막대한 유혹을 느끼기는 하지만, 도덕적인 의지력이 무한하여 그러한 유혹들을 언제나 이겨내는 존재, 3) 대체로 평범한 인간이지만, 유혹을 최소화하는 사회를 공동체의 구성원들과 함께 건설하여, 그에게 실제로 주어질 수 있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세 유형의 존재가 악의 예외로 주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칸트는 이러한 세 예외들 중, 첫 번째 예외는 인간이 추구하는 것 조차도 불가능한 존재로 여긴다. 그리고 두 번째 예외와 세 번째 예외는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이상향으로 여기는데, 이것들이 이어지는 두 장의 논의 대상이 된다.
이어지는 장은 위 세 이상향들 중 두 번째 이상향을 다룬다. 여기에서 우리는 칸트가 어떻게 유한한 존재자인 인간이 무한한 도덕적 의지력을 가지는 존재로 여겨질 수 있다고 논하였는지를 분석한다. 이 장의 핵심적인 내용은 크게 개인적 맥락에서의 인간의 노력을 지칭하는 칸트적 표현인 회심과 마찬가지로 개인적 맥락에서의 신의 조력을 뜻하는 칸트적 표현인 은총에 대한 해명하고, 나아가 이 둘이 합쳐 이루어지는 악의 극복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이다. 그래서 본문 두 번째 장의 전반부의 주제는 회심이다. 이 논의는 위에서 살펴본 보편악 주장이 참이라면, 이에 대한 극복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행위자가 어떠한 가능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도덕적으로 행해야 하는 무한한 의지력을 가져야만 한다는 데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이러한 의지력을 갖기 위한 칸트의 논의는, 유한에서 무한으로 향하는 함수, 곧 우리의 도덕적 의지력과 y=ax(a>0)과 같은 1차함수에 대한 유비를 통해서 설명된다. 즉, 우리는 저러한 함수가 우리에게 관찰 가능한 지면에 유한한 영역만이 표시되어 있더라도, 그에 대한 수학적 지식을 통해 저 함수가 무한히 상승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함수가 무한으로 발산한다고 여긴다. 그렇다면 만약에 이와 같은 수학과 인간의 의지 간의 유비가 성립한다면, 우리의 의지력의 양 역시 수학적 무한과 같은 것으로 여겨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의지력은, 수명의 제한과, 마음의 불투명성, 곧 각자가 특정한 순간에 어느 정도 크기의 의지력을 가지는지를 (혹은, 각자가 특정한 순간에 특정한 외부 상황과 마주하게 될 때, 그가 유혹에 패배할지 여부를) 알 수 없다는 두 가지 이유로 인해 무한으로 발산하는 함수와의 수학적 유비가 성립되지 못한다. 즉, y=ax(a>0)에서는 x축이 무한히 뻗어 있지만, 수명의 유한성은 인간의 의지력이 이처럼 영원한 기간에 걸쳐 변화하지 못하게 만든다. 또한 각각의 x값에 상응하는 y값을 그릴 수 있는 y=ax(a>0)과 같은 함수와는 달리, 우리는 우리 삶의 특정한 순간에서 어느 정도의 의지력을 갖는지를 모르기에, 의지력 곡선의 기울기를 확정할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영혼 불멸, 그리고 전지한 신은 수학과의 유비를 가로막는 이러한 난점으로 인해서 요청된다. 먼저 위에서 언급한 수명의 한계와 의지력의 미결정성이라는 두 장애를 해소하는 것이 칸트의 두 유명한 초험적 요소에 대한 가정, 곧 영혼 불멸과 전지한 신에 대한 요청이다. 나아가, 이러한 초험적 대상이 참으로 가정될 때, 회심은 무한으로 발산하는 1차함수의 기울기 조건인 a>0과 관련하여 이해될 수 있다. 우리는 먼저 영혼이 불멸한다는 초험적 명제를 참으로 요청함으로써 우리의 의지력의 우상향이 유한한 기간 동안만 가능하다는 x축의 유한성 문제를 해소한다. 다음으로는 인간의 마음을 완전히 알고 있는 존재, 곧 전지한 신의 존재를 요청하여, y값의 불확정 문제 역시 풀어낸다. 그리고 x축과 y값에 대한 장애를 해결하는 이러한 영혼 불멸과 전지한 신이라는 두 대상을 참으로 가정하고 나서, 우리의 의지력이 지속적으로 우상향하게 만드는 노력, 곧 a>0이란 기본 조건을 해결시켜 주는 것이 회심이라는 점이 설명된다.
그런데 회심이 우리에게 부여하는 의무는, 우리가 회심을 하지 않았음을 자각하는 경우를 회피하라는, 소극적인 의무일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해서 회심은 그 자체로 추구될 수 없고 오직 희망의 대상인 것으로 설명된다. 이는 칸트가 참으로 받아들이는 다른 전제인 마음의 불투명성 때문이다. 이 입장은 인간이 결코 타인이나 자기 스스로의 행위 원리를 투명하게 알 수 없다는 관점이고, 이에 따라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의지력을 점차 상승시켜 나가는지를 결코 완벽히는 알 수는 없다. 그리하여 회심이 우리에게 주는 의무는 적극적 의무가 아닌 소극적 의무이며, 이는 달리 말해 우리가 회심하지 않았음을 자각하게 되는 상황을 피하라는 명령이다. 즉, 우리가 유혹에 넘어가서 의식적으로 악행을 하는, 그리하여 자신이 악한임을 자각하는 빈도가 삶 속에서 점차 많아져 갔다면, 그러한 행위자는 자신의 의지력이 우하향하다고 정당하게 판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삶 내내 스스로의 악행을 최소화시켜 나감으로써, 회심이 일어나지 않은 경우를 자각하지 않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회심이 우리에게 부여하는 의무가 된다.
회심에 이어지는, 본문의 두 번째 장의 후반부 주제는 은총이다. 칸트에게서 은총은, 위에서 살펴본 수학적 유비가 성립하지 않는 지점에 대한 보충이며, 보다 자세히는 전지한 신과 영혼 불멸이라는 가정과 회심을 통해서 성취될 수 있는 무한으로 발산하는 의지력을, 단적으로 큰 무한으로 여기게 해 주는 신의 자비로운 판정이다. 이러한 신의 판정이 필요한 이유는, 칸트에게서 무한한 의지력을 가진 존재, 곧 1장에서 논의된 두 번째 인간적 이상향의 특징 때문이다. 이러한 존재는, 매 순간 자신에게 주어지는 모든 가능한 유혹을 언제나 극복할 수 있는 의지력을 지녀야 한다는 점에서, 수학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무한수에 상응하는 의지력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라이프니츠가 논의하였고 칸트가 받아들인 수학적 입장에 따르면, 수학에서의 무한은 이러한 방식으로 반드시 모든 수보다 큰 어떤 수나 단위로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가 영혼 불멸과 전지한 신의 존재를 가정하더라도, 회심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수학적 무한의 양과 같은, 영원한 기간에 걸친 의지력의 전진 뿐이다. 그러나 이는 무한수라 할 수 있는, 모든 유혹보다 큰 단적인 의지력의 양에는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칸트는 무한수에 상응하는 의지력을 성취하는 사태가 가능한 것으로 표상되기 위해서 은총을 베푸는 신이 가정되어야 한다고 논한다. 그리하여 은총은 무한히 전진할 수 있을 뿐인 우리의 의지력을 마치 무한수와 같은 양으로 판정해 주는 개인적 맥락에서의 신의 조력이며,악의 극복은 은총과 회심의 조합을 통해 가능하다.
논문의 세 번째 장은, 첫 번째 장에서 다룬 세 예외들 중 세 번째 이상향의 가능성, 달리 말해 최고선이 이루어지는 이상 사회와 거기에서의 신의 조력과 인간의 노력의 의미를 다룬다. 이러한 이상사회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은 회심이 부과하는 악행을 최소화하라는 의무가 어떻게 가장 잘 만족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칸트의 답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이러한 의무, 곧 악행의 최소화가 가장 잘 이루어지는 방안에 대한 칸트의 답은 유혹이 최소화되는 사회의 건설, 그의 표현으로는 정치적 공동체의 건설이다. 이러한 사회는, 행위자가 보인 외적 행위에서 드러나는 그의 도덕적 선함에 따라서 행복을 분배하는 사회, 혹은 각자가 각자의 자유를 결코 침해하지 않는 사회이다. 따라서 이 사회는 가장 이기적인 사람조차도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선하게 행위할, 혹은 결코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을 사회이므로 도덕에 반하는 유혹이 최소화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조차도 충분히 이상적이지 않다는 점이 칸트로 하여금 전능한 신의 조력을 요청하게 만든다. 인간의 힘으로 건설 가능한 최선의 사회인 정치적 공동체는 충분히 훌륭한 사회이지만, 인간의 인식능력의 한계인 마음의 불투명성으로 인해서 사람의 외적 행위에 따라서만 행복을 분배하게 되어, 각 사람의 도덕적 의지력이 최대화되는 사회라는 이념에 들어맞을 수가 없다. 도덕적 의지력의 증진은 인간의 내적 원리의 함양을 추구하고, 이에 각 사람의 내적 원리에 따른 행복의 분배를 요구하지만, 정치적 공동체는 순전히 외적 행위에 따라서 행복을 분배할 수 밖에 없고, 순전히 행복만을 추구하는 악마적 동기에 따라 선행을 한 행위자들에 대한 행복의 분배를 막을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난점으로 인해 의지력을 함양하는 데에 있어서 최선이 되는 사회는, 다시금 사람들의 마음을 볼 수 있는 전지한 존재를 요청해야 한다. 그런데 이상 사회에서 요청되는 신은 전지할 뿐만이 아니라 전능하기도 해야 한다. 이는 이 존재자가 단지 사람들의 마음을 볼 뿐만이 아니라, 그가 판단한 각자의 행복할 수 있는 자격에 맞게 현실에서 초험적 개입을 통해 행복을 분배하는 조력을 베풀 능력, 곧 전능성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전능한 신의 조력이 있으리라는 집합적 믿음 하에서 건설되는 이상적 공동체에서는 행복의 분배가 어쩌면 각 개인의 선한 정도를 반영한 결과일 수도 있다는 희망이 유지된다. 이러한 이상사회를 세워야 하는 인간의 노력 및 신의 조력 간의 관계는 앞 장에서의 회심 및 은총 간의 관계와 대칭적이다. 인간이 최선을 다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노력이 성취할 수 있는, 발산 중에 있는 무한한 의지력은 단적으로 큰 무한한 의지력을 가진 존재자의 의지력과 결코 같을 수 없듯이, 인간이 세울 수 있는 최선의 사회인 정치적 공동체는 결코 최선의 윤리적 이상 사회로 묘사되는 윤리적 공동체와 같을 수 없다. 전자의 부족함을 보충하는 것이 개인적인 맥락에서의 전지한 신의 조력인 은총이었던 것과 같이, 후자의 부족함을 보충하는 것은 사회적 맥락에서의 전능한 신의 조력인 윤리적 공동체 건설이다.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우리는 『종교』의 보편악 주장으로부터 이어지는 하나의 일관된 윤리적 사고를 정리할 수 있게 된다. 즉 칸트의 보편악 주장은, 행위자에 대한 판단은 그의 최상의 준칙에 달려 있으며, 또한 이 준칙이 적용되는 범위는 가능한 모든 상황까지 포함한다는 칸트의 두 전제의 귀결이다. 그러한 악을 극복하기 위해 가져야 하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 의지력이 실현될 희망이 주어지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하여 자신의 도덕적 의지력이 무한으로 발산하게끔 만드는 인간의 노력인 회심과, 그러한 노력으로 성취될 수도 있는 무한으로 발산중인 도덕적 의지력을 단적으로 큰 무한으로 판정하여 주는 전지한 신의 자비인 은총이 동시에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도덕의 요구 사항이 가장 잘 만족되는 이상 사회인 윤리적 공동체가 건설되는 것으로 우리의 사회적 노력이 표상되기 위해서, 각자의 선한 정도에 비례하여 행복을 분배하여 주는 전능한 신의 통치가 도덕의 성취방안을 위해 요청된다.
Language
kor
URI
https://hdl.handle.net/10371/188470

https://dcollection.snu.ac.kr/common/orgView/000000172818
Files in This Item:
Appears in Collections:

Altmetrics

Item View & Download Count

  • mendeley

Items in S-Space are protected by copyright, with all rights reserved, unless otherwise indicated.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