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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부흥운동 전후, 사설시조의 행방—가람 이병기의 경우 : Saseol-Sijo before and after the Sijo Revival Movement —The Case of Lee Byeong-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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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조해숙

Issue Date
2023
Publisher
한국현대문학회
Citation
한국현대문학연구 No.71, pp.157-198
Abstract
이 글은 1910년 이후 식민지 상황과 매체의 이동이라는 문학장의 변화 내에서, 전통 시가인 시조가 문학 양식으로 정착하며 시대적 대응을 모색해 나가는 과정을 살피는 작업의 하나이다. 특히 고시조 연구와 현대시조 창작에 탁월했던 가람 이병기의 경우를 중심으로, 고시조 변모의 중요한 분기점이 된 1920년대 시조부흥론과 그 전후 시조 관련 쟁점을 재점검하면서, 그간 조명을 받지 못한 가람의 사설시조 작품을 고찰했다.
시조는 한국 근대문학 형성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변모와 자생적 대응을 보여왔다. 시조부흥 논의 이전 1910년대 시조는, 비록 양적 열세인 데다 저항성이 쇠퇴하고 계몽성을 부각하면서 잡지 중심으로 수록되긴 했으나, 시사물보다 문예물의 성격을 띠며 형식 면에서 이전 신문 수록 시조보다 자유롭고 구호적·반복적 리듬을 벗어나는 등 긍정적 변화를 보였다. 이렇게 이어지던 시조는 1920년대 중반 시조부흥의 기치 아래 일종의 운동의 대상으로 소환되어 문학 노선 논쟁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커다란 굴절을 경험한다. 반대론자들은 시조가 소극적·퇴영적인 양반 계급문학이어서 시효가 지난 갈래라고 단정했고, 시조 부흥론자들은 계급을 초월한 민족 문학의 정수로 시조를 부각하며 의의를 부여했으나 사실에 근거한 반론 준비에는 미흡했다.
시조부흥을 둘러싼 논란 과정에서 가람 이병기(1891~1968)가 나아간 방식은 독특하다. 그의 시조 인식은 최남선의 조선주의와는 차이가 있고, 다른 부흥론자들이 주장을 넓혀가는 방식과도 다른 길을 열었다. 이병기는 시조의 당위성을 제창하는 대신 부정적이거나 유보적인 견해에 귀 기울이고, 고시조 비평과 시조 이론을 정립함으로써 문제점 해결과 문학적 대응에 힘썼으며, 시조 고유의 속성 탐구로부터 현실에서 시조를 되살릴 방안을 찾았다.
시조부흥 논의를 통해 얻은 것과 잃은 것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평가할 부분이 남아있으나, 이것이 시조를 대중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된 점만은 분명하다. 다만 시조부흥 문제가 제기된 후, 시조사에서 1910년대까지도 활발했던 사설시조의 창작이 배제된 것이나 관련 논의가 사라진 점, 이후 연구사도 이를 소홀히 했던 점은 주목할 지점이다. 여기서는 가람 이병기가 남긴 사설시조 작품을 고찰하면서 관련 논의와 의미를 점검했다.
『가람문선』 수록 작품 총 167편 중 사설시조로 뚜렷한 작품은 4수이다. 범속한 삶의 반영과 수평적 시선의 견지, 관찰자로서의 객관적 응시를 통한 대상 재현이라는 사설시조 고유의 특성을 담으면서도, 세계와 자아가 어긋난 순간의 시적 태도나 문제 해결방식은 새롭다. 기존 사설시조에서 인간 욕망의 집요함과 곤경이 빚어낸 풍경을 끌어안는 해학적·풍자적 태도가 흔하다면, 이병기의 사설시조 주인공이 처한 어려움은 사회적 현실 조건과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사설시조의 인물형이 욕망의 주체로 전형화되는 반면, 가람 사설시조는 나가 형상화하는 개인적 형상과 태도가 도드라지는 것이다. 또 서술형 어미와 종장 첫 구의 선택 변화 등도 나타나, 가람 사설시조는 노래로부터 온전히 개인 서정시로 전환함으로써 현대시조다운 성취를 보였다. 『가람문선』 외 잡지 발표 사설시조 4편은 상황 인식과 내면 표출이 한층 선명해, 현실 세계를 향한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과 현실의식을 드러낸다.
이병기의 경우를 통해 본 20세기 초 사설시조에 대한 고찰은, 식민지 문학장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시조부흥을 둘러싼 논쟁을 꽤 오래 지속시키는 동안 시가사에서 배제되거나 사라진 전통은 없었는지, 그때 만이 아니라 현재의 연구가 해당 시기를 단계별로 설정, 재구하면서 의도적으로 회피한 측면은 없었는지에 대한 우리의 연구사적 성찰을 이끈다. 상당한 진척과 성과가 쌓인 가람 이병기에 관한 논의 또한, 사설시조 경우처럼 추가하고 세밀히 고찰함으로써 온전히 재평가할 부분이 남아있다.
ISSN
1229-2052
URI
https://hdl.handle.net/10371/199299
DOI
https://doi.org/10.22871/mklite.2023..7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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