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隱泉) 송낙헌 선생님의 스텐 술잔

Abstract

송낙헌 선생님에 관해서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아놓고서 막상 이 글을 쓰는 나의 심정은 조심스럽다. 선생님과의 사이에서 특별하게 기억하는 일이나 재미있는 에피소드 같은 것이 별로 없어서 글이 밋밋해질 것이라는 점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석사과정 때 지도를 받으며 시작해서 올 초 퇴임하실 때까지 근 15년을 선생님과 함께 지내온 셈이지만 선생님에 대해 안다고 말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기 때문이다. 아마 이 점이 선생님의 한 특정이 될는지도 모르겠다. 선생님은 좀 유별나다 싶을 정도로 자신을 내세우기를 꺼리셨다. 학과나 학교의 공적인 행사에는 참석하시기를 꺼리셨고 특히 그 자리에서 선생님에게 어떤 역할이 주어지면 한사코 마다 하신 걸로 안다. 영문과 학과장을 하실 때 선생님께서는 조교들이나 대학원 학생들이 추석이나 새해에 인사오는 것도 마다하셨다. 해서 나는 선생님댁에 가본 적이 없고 선생님의 가정 사정도 잘 모른다. 나는 사모님을 선생님께서 정년퇴임하던 날 식장에서 그것도 먼 발치에서 처음 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