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람시의 이데올로기주의적 해석에 대한 비판

Abstract

서구 혁명에 대한 인식의 전환점으로서 그람시(A. Gramsci) 사상에 대한 주목이 이루어진 것이 이미 짧지 않은 기간이 되고 있다. 전후 이탈리아 공산당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옹호하기 위해 그람시를 원용하기 시작한 이후, 그람시의 『옥중수고』(Prison Notebooks)의 일부가 영역되면서 그람시의 사상은 서구 마르크시즘 전통 내의 단순한 이론 자원의 수준을 넘어서 주요한 실천의 조류로 까지 확대된 바 있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그람시는 서구 마르크시즘의 전통 내에서 가장 특징적이면서도 가장 서구적인 길을 걸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구의 레닌이스트' (Pierson, 1986:846) 나 '러시아 볼셰비키의 나머지 한 쪽' (Boggs, 1984:서문) 과 같은 평가들은 그람시 이론이 차지하는 지평을 레닌을 비롯한 러시아 사회주의 이론진영에 대비시켜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그람시 평가는 이론적인 측면에서는 당시 국제공산주의운동의 주류를 이루고 있었던 경제주의와 러시아 혁명 이후 하나의 '공식'으로 여겨지던 레닌주의에 대한 비판에 기반하고 잇다. 즉 많은 연구들이 코민테른의 경제주의에 대한 비판적 검토, 레닌주의에 대한 회의를 통해 그람시 지평의 독특성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