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 유기천 저, 『세계 혁명』

Abstract

우리나라 대학사의 한 장을 장식하는 많은 일화를 남긴 바 있는 유기천(1915~ )교수가 최근에 영문 저서를 한 권 내놓았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학장(1962~64)과 서울대학교 총장(1964~65)을 역임하면서 대학의 운영을 둘러싸고 그가 박정희대통령과 벌인 충돌은 널리 알려져 있다. 마침내 교수직을 파면당한 1972년에 그는 사실상의 망명길에 올랐고, 80년 서울의 봄 민주화의 열풍과 함께 기대를 모았던 그의 서울대 복귀는 신군부의 집권으로 좌절된 바 있다.

민주주의와 대학의 자치에 관한 그의 소신은 세계적인 형법학자였던 부인 헬렌실빙(1910~1993)의 회고록(Helen Silving Memories, 1988)에서 유 교수가 집필한 부분에도 잘 나타나 있다. 대학에서 법의 정신은 바로 학원의 자유이다. 그리고 그는 사법대학원의 설립을 주도하면서 이 기관이 민주주의의 받침대 역할을 하기를 소망하였다.

한국의 재통일을 위해 기도하면서라는 부서를 단 이 책은 저자 자신의 말대로 생애를 마감하는 혼신의 역작이다. 헬렌 실빙 여사와 함께 저술하려던 당초의 계획은 여사의 병환과 사망으로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부인 생전에 공동으로 발표한 논문 민주주의의 기초(The Foundations of 'Democracy': Its Origins and Essential Ingredients", 1992)에서 제시한 <바이블> 중심적 관점은 이 책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