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안확의 한국법사 이해 -《조선문명사》를 중심으로-

Abstract

한국법사 연구자들의 화두 가운데 하나는 사적 연속성의 단절의 극복, 즉 현행법제는 전통법과 연결되지 못한 채 서구법을 바탕으로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자생적 근대화의 실패에 역사적 원인이 있다.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의 과정에서 전통법은 자취를 감추어 버리고 강제적으로 이식된 서구법이 현재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과정은 법의식과 법제도가 일치하지 않는 모순을 낳았다. 그리고 현재의 법현상을 탐구하는 학자들은 대개는 준법정신의 미약등 현재의 법적 문제의 근본원인을 전통과의 단절에서 오는 혼란에서 찾고 있다.

한편 이러한 사적 단절론은 전통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내포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역사와 전통법에 대한 부정적인 의식이 형성되는 데는 일본학자들의 한국사 및 한국법사 연구의 영향도 클 것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의식은 상당히 오래 동안 지속되어 왔으며, 일반 의식의 심연 속에 잠재되어 있다.

전통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극복을 위해서는 일제 식민지기의 성과를 철저하게 검토하는 현재적 연구도 필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선인들의 업적을 되새겨보는 작업도 필요할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자산 안곽(1886-1946)의 <조선문명사>를 검토해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