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힘: 퀘벡의정체성 확립에 있어서의 불어의 역할

Abstract

저는 오늘 캐나다 불어권 지역과 이 지역의 사람들의 자기 정체성 인식에 있어서 불어가 행한 역할이 무엇이며, 또 앞으로 행할 역할이 무엇인지를 캐나다 불어권의 역사와 그 정착과정의 맥락 속에서 간략하게 고찰하고자 합니다. 본 발표문에 대한 첫 구상은 다양한 민족들로 구성된 복합 이민 사회인 오늘날의 캐나다에서 주변 영어권에 둘러싸여 언어의 고도(孤島)로 떠있으면서도 자신들의 정체성과 언어를 잃지 않은 퀘벡지역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사실 제가 서울대 불어문화권 연구소 자문위원을 맡아 불어권을 가능케 해주는 결정적 토대로서 불어의 역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이래, 주변 영어권 문화로부터 받는 끊임없는 동화의 위협과 영어권 주에 비해 9:1의 절대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북미 대륙에서 독특한 불어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는 퀘벡지역은 저의 남다른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작년에 불어권 연구 국제 협의회 연차 학술대회 참석차 캐나다를 방문할 기회를 갖게 되었으며, 이 방문을 통해 저는 저의 이러한 관심을 더욱 구체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제가 그 곳에서 만났던 많은 퀘벡인들은 그들의 정체성 확립에 불어가 행한 역할을 그들의 역사적인 체험을 통해 나에게 돌려주었으며, 제게는 그것이 일제 말기의 조선어말살 정책이라는 뼈아픈 역사적 체험을 가진 우리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