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현악4중주 Op. 18, No. 1》 1악장 판본 연구에 대한 비판적 고찰

Abstract

베토벤은 대다수의 작품을 출판하는 과정에서 세부적인 수정을 거듭했으며, 그 흔적들은 대부분 스케치 등의 단편적인 형태로서 남아있다. 반면 완성본으로서의 형태를 띠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으로 현악4중주 Op. 18은 아멘다 버전(Amenda version, 1799)과 출판본(Final version, 1801)이 모두 독립된 완성본의 형태로 남아 있어 완성본과 완성본 사이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 이에 두 완성본의 차이에 대한 중립적인 비교를 넘어 우열에 대한 가치 평가가 가능함을 주장하는 학자들까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현악4중주 Op. 18은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1982년 음악학자 재닛 레비(Janet Muriel Levy, 1938-2004)의 『베토벤의 작곡적 선택: Op. 18, No. 1의 두 버전』(Beethovens Compositional Choices: The Two Versions of Opus 18, No. 1, First Movement)은 아멘다 버전 = 열등한 작품이라는 명제를 남겼고 이를 토대로 한 후속 연구들로 이어졌다. 그러나 레비의 저술은 아멘다 버전이 출판본보다 열등하며 아멘다 버전 이후의 출판본이 수정이 아닌 개선이라는 관점 위에 이루어진 것으로, 두 버전의 각기 다른 음악적 목표를 고려하지 못한 전제라 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출판본이 더 우세하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두 버전에 대한 새로운 관점에서 두 작품을 동등한 관계로 전제하고 레비의 연구를 비판적으로 고찰함을 목표로 한다. 우선 작품 외적 관점으로는 작곡 당시의 사회문화적 배경에 근거한 작품 수정의 이유를 살펴본다. 사적음악회에서 공공음악회로의 이행이 이루어지던 시대적 맥락에 따라 작품의 사용 목적이 변화되었을 것으로 보이며, 당시 음악계의 새로운 관례로 자리 잡은 리허설의 진행 및 전문 연주자와의 지속적 교류 등이 아멘다 버전의 수정을 요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작품의 분석을 통한 내적 관점에서는 아멘다 버전과 출판본의 음악적 차이를 악구 구성 방식, 추가와 삭제, 성부의 수정 등의 측면에서 조망한다. 이러한 비교 분석의 결과, 아멘다 버전에서는 작품의 전면에 유희적이고 기교적인 음악적 요소들이 연주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베토벤의 실험적 태도까지 드러내고 있었다. 이는 다소 절제된 형태의 출판본과 명확한 음악적 성격의 차이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본 연구는 수정된 작품이 더 우세하다는 선행 연구에서 비롯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현악4중주 Op. 18 No. 1의 두 버전의 차이가 우열보다는 다름에 의거함을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아멘다 버전이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작품으로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Beethoven made detailed revisions to most of his works before publication, and such traces were left in the form of sketches. The only composition with two versions existing separately is the string quartet Op. 18. The Amenda version(1799) and Final version(1801), which are full versions independent of each other, reveal the changes made in between. With scholars beginning to claim that it is possible to determine the order of superiority, going beyond neutral comparison, Op. 18 has become a hot topic of discussion. In 1982, the musicologist Janet Muriel Levy(1938-2004) published Beethovens Compositional Choices: The Two Versions of Opus 18, No. 1, First Movement, which put forth the idea that the Amenda version is an inferior work and led to several follow-up studies. However, Levys claim was made on the basis that the Final version is an improvement, not a revision of the Amenda version. The author did not take into account how the two versions may have had different musical goals. This study presumes that the two versions are of equal standing, breaking free from the stereotype that the Final version is superior, and aims to conduct a critical review of Levys research. First, the possible reasons for the revision are examined in consideration of the socio-cultural setting. The purpose of the composition is expected to have changed with the transition from private to public concerts at that time, and the new practice of rehearsals and continuous exchange with professional musicians may have contributed to the revision of the Amenda version. The two versions are also analyzed to investigate musical differences in terms of phrase organization, addition and removal, and revision of parts. The analysis reveals that the playful, sophisticated musical elements used throughout the Amenda version not only maximize the effects of performance, but also reflect Beethovens experimental attitude. This is clearly different from the somewhat suppressed form of the Final version. This study objectively assesses the differences between the two versions of Op. 18 No. 1, focusing on their differences rather than order of superiority to break free from the stereotype that the revised version is superior, and suggests that the Amenda version can function as an independent work in it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