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 치매노인 배우자의 돌봄체험에 관한 해석학적 현상학 연구

Abstract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치매노인의 돌봄은 주로 자녀에 의해 이루어져왔다. 그러나, 사회구조적 변화로 인해 노인부부가구가 증가하면서 치매노인 배우자에 의한 돌봄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돌봄 현실의 변화 속에서 지금까지 주 돌봄자로 고려되지 않았던 배우자에 대한 지원방안 마련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바, 이를 위해 배우자 돌봄 경험의 의미와 본질을 심도 있게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본 연구는 재가 치매노인 배우자의 돌봄 체험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기술하는 것을 목적으로 시도되었다. 본 연구는 Van Manen(1990)의 해석학적 현상학 연구방법을 사용하였다. 연구참여자는 재가에서 치매노인을 돌보는 65세 이상의 배우자 12명으로 개별 심층 면담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였다. 또한, 재가 치매노인 배우자의 돌봄을 표현한 소설, 영화와 수기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였다. 수집된 자료는 MAXQDA 10 질적자료분석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Van Manen이 제시한 네 가지 실존체인 체험된 몸, 체험된 공간, 체험된 시간, 체험된 타자를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본 연구 결과 재가 치매노인 배우자의 돌봄 체험에 대한 본질적 주제는 다음과 같다. 체험된 몸과 관련한 돌봄 체험은낡은 기계처럼 돌아가는 몸으로 도출되었고, 이에 대한 주제는쉴 새 없이 움직이는 지친 몸,돌봄의 일상으로 단련된 몸으로 구성되었다. 체험된 공간과 관련한 돌봄 체험은희망으로 채워지는 절망의 구렁텅이로 도출되었고, 이에 대한 주제는창살 없는 감옥,승자도 패자도 없는 전쟁터,행복한 동행의 장소로 구성되었다. 체험된 시간과 관련한 돌봄 체험은고진감래의 시간으로 도출되었고, 이에 대한 주제는낯섦과 고통의 시간,채움과 비움의 시간,실낱 같은 희망의 시간으로 구성되었다. 체험된 타자와 관련한 돌봄 체험은 가족 관계와 사회적 관계의 측면에서빈 둥지 속 노부부와몰이해 vs 동병상련으로 각각의 본질적 주제를 도출하였다. 이에 대한 주제는천생배필과의 당연한 동행,부모로서의 도리의 부조화,억눌린 이방인,진정한 돌봄의 영웅으로 구성되었다. 결론적으로 재가 치매노인 배우자의 돌봄 체험의 본질은부부라는 인연 위에 놓여진 돌봄의 무게를 감내하면서 희망과 헌신 속에서 삶의 성숙에 이르는 길로 볼 수 있다. 본 연구는 재가 치매노인 배우자의 생생한 돌봄 체험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적 맥락이 녹아 있는 문학 예술 작품 등 다양한 현상학적 자료를 함께 분석함으로써 이들의 돌봄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둘 수 있다. 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배우자 돌봄자의 돌봄 역할 수행과 적응을 지원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적절한 중재개발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