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어과 교육과정에 전제된 '의사소통능력'에 대한 연구

Abstract

우리나라 영어과 교육과정에서는 이른바 의사소통중심 언어교수에 이론적 바탕을 두어 학습자들의 의사소통능력을 길러주는 일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본 연구는 우리나라 영어과 교육과정과 교수요목에 의사소통중심 언어교수의 이론적 체제가 체계적으로 반영되어 있는지를 의사소통능력에 초점을 두어 살펴보았다. 이를 위하여 의사소통중심 언어교수의 의사소통능력 모형과 의미기능 교수요목의 이론적 체계를 문헌을 중심으로 연구하였고 더불어 우리나라 영어과 교육과정과 관련된 공식 문서 및 연구를 탐색하여, 이들을 비교 분석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제6차 교육과정 이후의 우리나라 영어과 교육과정에서는 기본적으로 Hymes(1972), Canale과 Swain(1980), Bachman(1990) 등에 제안된 의사소통능력을 그 이론적 배경으로 전제하고 있는데, 그 개념적 바탕 가운데 특히 문법적 능력에 대한 이해에 있어 심각한 수준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Canale과 Swain(1980) 등의 의사소통능력 모형에서 문법적 능력은—용법 상의 규칙을 명시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규칙을 사용하여 발화가 지닌 문자 그대로의 의미를 결정하고 이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능력, 즉, 명제적 의미를 이해하거나 문장과 발화 등의 형태로 생산해내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 영어과 교육과정 관련 문헌에서는 문법적 능력을 문법적 정확성을 판단하는 능력으로 이해한다. 둘째, 제6차 교육과정 이래로 영어과 교육과정에서는, 기존의 문법중심 교수요목에서 벗어나, 새로운 교수요목을 구성하기 위하여 Wilkins(1976), van Ek와 Alexander(1980), Finocchiaro와 Brumfit(1983)의 의미기능 교수요목을 도입하였는데, 그 실제에 있어서 기능에 과도한 초점을 둔 나머지 의미에는 적절한 비중을 두지 못하였다. 즉, 의미기능 교수요목의 원형에서는 교수내용으로서 의미-문법 범주와 의사소통기능 범주를 모두 포괄하고 강조하였으며, 전자를 통해서는 명제적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문법적 능력을 개발하고 후자를 통해서는 실제 언어사용 상황에서 의사소통기능을 적절히 수행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의도하였다. 우리나라 영어과 교육과정에서도 교수요목을 언어형식과 의사소통기능의 이원체제로 구성하여, 이러한 체제를 원용하려 하였다. 그러나 언어형식을 도입하고 실제에 적용함에 있어서 정확성의 제고 차원에서의 보완적 기능에 치중하였는데, 이로 말미암아 명제적 의미의 이해와 생산을 위한 문법적 능력의 개발에 초점이 주어질 수 없었다. 이러한 현상은 문법적 능력을 문장의 문법적 정확성을 판단하는 능력으로 축소하여 이해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영어과 교육과정이 학습자들의 의사소통능력 신장이라는 본래의 목표를 체계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육과정과 교수요목을 구안하고 설계함에 있어서 문법적 능력을 새로운 관점에서 인식하고 이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에 근거하여 학습자들이 명제적 의미를 이해하고 전달하는 능력을 효율적으로 함양할 수 있는 교수내용과 방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