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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상적으로 재현된 전통 이미지의 회화적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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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최수연

Advisor
임자혁
Major
미술대학 서양화과
Issue Date
2017-08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Keywords
전통고전재현불완전함필연적양면적표면이질적중화붓질
Description
학위논문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미술대학 서양화과, 2017. 8. 임자혁.
Abstract
본 논문에서 나는 우리가 사회에서 마주하는 여러 현상 중에서 내가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 주제를 서술하는 것을 시작으로 하여 이를 드러내기 위해 선택한 작품의 주요 소재와 그것을 표현하는 형식적 측면, 태도를 아우르며 나의 작품을 분석한다.
현재 한국의 전통·고전적 이미지들이 처한 위치와 상황은 한국이 근대화시기를 거치며 외부와의 관계를 정립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고 생활양식을 현대적으로 바꿔나가는 과정에서 대개 옛 것은 고리타분하고 미개한 것으로 취급받았다. 시간이 지나 다시 민족적 정체성을 되찾고자 전통을 이어나가려는 노력조차도 자성적인 성찰의 결과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서구의 시선을 의식하여 그들과 다른 우리를 만들어내려는 노력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새삼스레 복원, 재현된 전통과 고전은 어색하고 인위적인 풍경에 머무르게 된다. 나는 이러한 의식적 상태의 부자연스러움을 인식하였고 그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일련의 회화 작업을 시작하였다.
전통·고전의 이미지는 한국 사람들이 영위하고 있는 일상생활과 분리된 채 이국적이고 생경하게까지 느껴진다. 때문에 본질적 의미를 고려하지 않고 외관만을 가져와 소비하거나, 민족적 정체성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이용하는 경우가 관찰된다. 나는 그런 사례를 전통문화 홍보 전시회나 한국 민속·신흥 종교, 사극 등에서 찾았다. 엄밀하지 않은 고증으로 겉모습만 흉내 낸 경우나 과거와 현재가 이질적으로 혼합된 상태, 허구적 관념이 구체적으로 시각화된 종교적 공간 등이 작품 속 구체적 소재로 등장한다.
나는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의 사회적 위치와 조형적 상태를 나의 관점과 미감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그 중에서도 나에게는 다소 부정적으로 여겨지지만 전통의 변용에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에 따라 타인에게는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들을 선택하여 그린다. 다른 방식의 수용의 여지를 남겨둔 것은 어떤 것의 불완전한 상태를 꼭 안일함이나 무지의 결과로 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얼핏 마땅찮고 초름한 것이라 해도 필연적인 결과물일 수 있음을 고려한다면 마냥 질책만 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을 것이다. 어떤 것을 비판하기는 쉽지만 그 원인과 한계를 고려하는 일에는 좀 더 섬세한 시선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관점이 존재하고 있음을 염두에 두고 표현하였다.
작품 안에는 동양과 서양, 전통과 인습, 과거와 현재, 조악함과 장엄함 등 여러 상반된 요소들이 혼합되어 있다. 각 요소는 서로 대등한 성질이기도 하고 위계적 관계를 맺기도 한다. 나의 작품은 그 대조적 요소들 사이에서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중간경계에 미묘하게 걸쳐져 있는 상태를 표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특정한 사회·종교적 목적으로 구현된 사물과 풍경의 고졸한 상태를 미화 없이 묘사하는 것에서 시작하되, 비판적 시각 일색으로 보이지 않도록 그 고졸함을 화면 안에서 중화시킨다. 이를 위해 대상의 서사적 측면과 반대되어 보이는 요소를 상대적으로 강조한다. 만듦새가 미숙하다고 판단되는 사물은 나에게 가능한 가장 숙련된 붓질을 사용하여 그리거나, 허름하고 희화화된 것을 표현할 때는 엄숙한 역사화라도 되는 듯이 크게 확대된 화면을 채택하는 등의 방식이다.
모든 작품은 사진을 참고하여 그리는데 이때 조명이나 구도 면에서 조형적으로 불안정한 부분도 그대로 수용한다. 반면 참고사진 속의 현실풍경을 회화로 옮기면서는 대상의 일부를 삭제하거나 특정 부분만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프레이밍을 통해 대상을 향한 반감과 애정을 동시에 암시적으로 드러내고자 하였다.
유화라는 전통적 매체를 사용하지만 여러 번 물감 층을 쌓는 유화 고유의 방식과 상반되게 그리는 것에도 양면적 태도가 반영되어 있다. 덧칠이나 수정 없이 한 번에 얇게 그려내는 방식은 묘사된 형상 못지않게 캔버스 표면과 붓의 결을 대등하게 강조한다. 투명 미디엄을 섞어 유동성이 증가된 붓질은 형상을 묘사하는 동시에 물질 그 자체임을 지시하기도 하여 형상의 환영성을 감소시킨다. 또한 형상을 묘사하는 붓질과 그것을 살짝 밀어내듯 녹이는 붓질이 겹치면서 생기는 반투명한 닦인 흔적은 화면 전반에 시각적 노이즈의 역할을 하여 심리적 거리감을 만들어내고 이미지에 감상적으로 동화되는 것을 막는다.
이렇게 대상을 향한 가치판단을 유보하거나 혹은 그것을 중립적인 상태로 위장하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종류의 미감을 포용하고 대상을 바라보는 여러 시선을 수렴하고자 하였다.
Language
Korean
URI
https://hdl.handle.net/10371/137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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