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일상의 상호 생산적 관계 형성을 위한 작품 연구

Abstract

본 연구는 2014년에서 2017년까지의 내 작업의 목적을 미술과 일상에 대한 상호 생산적 관계 형성으로 보고 그러한 관계 형성 방법을 장소성 분석과 개인 행위의 결합이라는 작업 구조를 통해 설명한다. 미술과 일상의 상호 생산적 관계란 미술과 일상이 서로 끊임없이 상호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각각이 이전과는 다른 의미로 확장, 재발견될 수 있는 상태에 있는 것을 말한다. 미술과 일상의 이러한 관계는 관념적인 영역에서 자동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며, 각 개인의 경험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는 미술과 일상의 관계를 형성하는 개인의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경험을 포착함으로써 개인이 자신의 의지와 필요에 따라 양자의 관계를 능동적으로 조율하고 창조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려 했다.

미술과 일상의 관계에 대한 관심은 미술 작가와 일상 노동자인 나 자신의 이중적 경험과 정체성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하였다. 나는 미술을 시작한 이후 작업과 생계 유지를 위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끊임없이 일을 해왔다. 한정된 시간적, 물질적 조건 하에서 창작과 일을 병행해야만 하는 상황은 미술과 일상의 활동을 조율하고 나아가 양자 사이에 유의미한 관계를 발견해야할 필요성을 느끼게 해주었는데, 이것이 바로 작업을 통한 미술과 일상의 상호 생산적 관계 형성이라는 목표로 이어졌다.

나의 작업들은 장소의 성격인 장소성에 대한 분석과, 개인의 참여 및 협업 행위를 통한 미술과 일상의 상호 생산적 관계 형성을 추구하고 있다. 나는 모든 장소에는 장소의 의미와 성격, 질서를 규정하는 지배적 장소성과 그 이면의 다층적 장소성이 존재하며, 장소 안의 개인은 지배적 장소성의 강제력과 영향력 안에 놓인다고 보았다. 미술과 일상 중 어떤 성격이 지배적으로 나타나느냐에 따라 미술관, 미술 대학, 갤러리는 미술적 장소가, 집, 직장, 공원 등은 일상적 장소가 될 수 있다. 나는 이러한 미술/일상적 장소를 미술과 일상의 관계를 다루기 위한 작업의 무대로 삼고자 했다.

개인은 장소가 행사하는 강제력의 영향을 받지만, 특정한 행위를 통해 지배적 장소성을 변화시키거나 새로운 장소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작업은 이처럼개인이 장소성에 능동적인 영향을 끼치는 행위를 통해 미술과 일상의 관계를 직접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포착하고자 했다. 개인의 서로 다른 경험을 다루는 나의 작업들은 일반적인 참여미술과는 달리 제한된 범위의 참여자와 함께 협업적으로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개인은 작업에서 미술/일상적 장소의 위로부터의 강제력에 저항하면서도, 완전히 일탈적이지는 않은 교묘한 전술적 행위를 통해 미술과 일상의 의미가 교차하는 자신만의 장소성을 만들어낸다. 결과적으로 작업의 작가인 나, 참여자, 관객이라는 세 층위의 개인들은 저마다의 상호 생산적 관계를 형성하는 서로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작업에 참여하거나 작품을 감상한 각 개인들이 상호 생산적 관계의 경험에 어떤 의미를 부여했는지는 작품이 직접적으로 포착하고 있지 않은 부분이다. 이것을 내 작업의 한계로서 지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업의 중요한 목표는 미술과 일상의 관계를 개인의 미시적 관점에서 주목하고 그 생산적 가능성을 계속해서 강조하는 것이다. 참여/협업 미술로서의 나의 작업에 대한 비판적인 성찰과 함께 참여자의 경험을 작품에 담아내는 방식은 앞으로의 작업에서 꾸준히 고민되어야할 부분일 것이다. 이러한 연구와 고민이 향후 미술과 일상에 대한 한층 진일보한 작업의 받침대가 되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